'레이 달리오 빠진' 브리지워터, 인력 8% 줄이고 신규 수탁 중단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3.03.0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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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헤지펀드 시타델 대비 수익률 부진… 대응력 높이려 몸집 줄이기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전 회장/사진=로이터통신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전 회장/사진=로이터통신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트가 주력 펀드의 신규 수탁을 제한하고 인력의 약 8%를 감축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가 회사 지배권을 양도한 이후 '포스트 레이 달리오' 시대로의 재편 움직임이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이 회사의 바르 데아 CEO는 직원들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회사가 "비용을 절감하고 자원을 개방하는 한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브리지워터는 주력인 퓨어 알파 펀드가 일정 규모에 도달할 경우 신규 자금 수탁을 중단하고 약 100명의 인력을 감축할 것이라고 소식통이 밝혔다. 펀드의 상한선은 기존 최고 규모인 1000억 달러보다 20~30% 낮은 수준에서 설정될 전망이다. 시장 변화에 더 신속히 대응하려는 조치다.

바르 데아는 "지금 우리의 현실은 앞으로의 기회를 고려할 때 흥분되는 한편 동시에 우리와 함께 여행을 한 훌륭한 동료들과 헤어져야 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시간에 있다"고 메모에 적었다.



브리지워터는 지난해 시타델 등 경쟁 헤지펀드가 기록적 수익을 발표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브리지워터의 퓨어알파 펀드는 2022년 상반기 32%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강한 출발을 했으나 하반기에 9.5%로 마감했다.

브리지워터는 기부금, 보험사, 연금제도 등 신규 투자를 제한하지 않아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만큼 자금 운용의 민첩성이 떨어지면서 모집이 작은 헤지펀드들 대비 시장 대응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르 데아 CEO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브리지워터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에 투자하는 한편 아시아 시장과 지속가능한 종목에 장기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가 경영권을 내려놓은 가운데 '달리오 없는' 브리지워터의 밑그림을 마련한 것. 이는 무려 40년 만의 큰 변화다.


이를 위해 브리지워터는 싱가포르 직원을 15명으로 2배로 늘리고 금리 방향이나 상품가격 등 거시 동향에 대한 브리지워터의 견해를 표현하기 위해 개별 종목을 활용한 상품을 추가하기로 했다.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투자 도구를 엔지니어링 할 새 팀도 꾸리기로 했다.

바르 데아는 또 공동 CEO인 마크 베르톨리니가 사임하고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복귀해 자신이 회사를 단독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가이자 전직 이스라엘군 장교인 바르 데아는 2015년 투자 세계에선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브리지워터에 합류했다. 하지만 초고속으로 내부 서열이 올라가며 지난해 1월 공동 CEO가 된 이래 브리지워터의 개혁을 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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