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1인당 2개까지만 팝니다"…영국의 채소 대란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3.03.0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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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채소와 과일 공급난이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현지 생산량이 급감한 데다 해외 공급국의 기상 악화로 수입도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대형 슈퍼마켓은 잇따라 구매 제한에 나섰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한 세인스버리 슈퍼마켓에서 소비자가 텅 빈 채소 매대 옆을 지나가고 있다./AFPBBNews=뉴스1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한 세인스버리 슈퍼마켓에서 소비자가 텅 빈 채소 매대 옆을 지나가고 있다./AFPBBNews=뉴스1


27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테스코는 최근 오이와 고추, 토마토 등 일부 채소에 대해 구매 수량을 1인당 3개로 정했다. 영국 3위 유통업체 아스다도 상추, 샐러드 팩, 콜리플라워, 라즈베리 등에 1인당 3개로 구매 제한을 부과했다. 다른 유통업체 모리슨은 오이, 양상추, 토마토, 고추에 구매 수량을 1인당 2개로 제한했다. 영국에 진출한 독일 유통업체인 알디와 리들 역시 비슷한 조치를 잇달아 도입했다. 세인스버리 슈퍼마켓의 경우 구매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물량이 적게 들어오는 데다 금세 동나기 때문에 매대에서 채소나 과일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영국 정부는 이 같은 채소 부족을 두고 해외 공급국에서 이상 기후로 농산물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겨울에 영국은 토마토의 95%, 상추의 90%를 수입한다. 날씨가 따뜻한 스페인이나 모로코 등에서 가져오는데 올겨울 모로코는 물난리로, 스페인은 한파로 몸살을 앓았다. 토마토 품귀현상으로 영국의 일부 음식점은 토마토가 들어간 메뉴를 없애거나 다른 메뉴로 교체해야 하는 지경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 현지의 에너지 가격 상승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높은 비용 때문에 현지 농산물 생산량이 급감해서다. 영국 전역의 채소와 과일 재배 농가들은 지난해부터 에너지 비용이 상승해 온실에서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기 어렵다고 토로해왔다.



기후 변화나 에너지 비용 증가는 유럽의 다른 나라도 겪는 일인데 영국이 유독 채소 대란에 시달리는 건 브렉시트(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식료품 전문 시장조사업체 IGD의 제임스 월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영국은 특히 겨울에 신선식품을 수입에 크게 의존한다. 대부분은 EU에서 조달한다"면서 "하지만 EU 생산자들은 당연히 지역 내 수요를 우선시한다. EU가 아닌 영국으로의 수출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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