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경동나비엔 서탄 공장. 4만평 규모에 부품동, 가스조합동, 관체동 등으로 이뤄졌고 직원들 전용 주차장과 축구장도 있다./사진제공=경동나비엔.
서탄공장 설립 계획이 세워진 것은 2010년대 초였다. 처음 경동나비엔의 계획이 발표됐을 때 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회사 안팎 가릴 것 없었다. 당시 국내 보일러·온수기 시장은 포화 상태였기 때문이다.
'미국이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앞서간다'던 생각이 깨졌다. 미국은 200~300L 물탱크를 덥히는 '저탕식'으로 물을 덥혀 썼다. 식구 한 사람이 온수를 많이 쓰면 다음 사람은 그만큼 못 썼다. 한국은 콘덴싱 온수기가 일반적이었다. 보일러를 작동했을 때 발생한 배기가스 열을 재활용한 기술이다. 가스 사용량이 줄고 물은 빨리 끓어서 당시 한국은 온수를 끊임없이 쓸 수 있었다.
성공은 아니었다. 2008년 말 경동나비엔은 '전량 리콜' 결정을 내렸다. 리콜을 요청받은 것은 아니었다. 경동나비엔이 진단한 결과 완성품 재질 선정 등에 문제가 있어서 안전사고를 우려해 자체적으로 리콜을 결정했다. 김 총괄임원은 당시를 떠올려 "리콜에 사운(社運)을 걸었다"며 "미국은 한국처럼 가정집들이 아파트에 붙어 있는 게 아니라 2만대를 역추적하며 리콜했다"고 말했다.
리콜할 당시 경동나비엔은 '앞으로 북미 시장 재진출은 불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고 한다. 소비자, 건설업계의 신뢰를 잃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리콜 결정은 반대로 경동나비엔의 인지도를 높였다고 한다. 김 총괄임원은 "당시 국내에는 리콜 사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제는 말할 수 있지만 리콜로 북미 시장에는 경동나비엔이 '품질을 타협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을 수 있었다"고 했다.
경동나비엔 서탄공장의 자동검사로봇. 제품 구석구석을 1조에 한곳씩 찍어 모두 55곳을 찍는다. 찍은 사진은 정상품 사진과 비교해 불량품을 자동으로 걸러낸다. 이렇게 출고한 제품 중 불량품은 100만대 중 10대 이하 수준이다./사진제공=경동나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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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동나비엔 매출 잠정 실적은 1조1601억원이다. 해외 매출이 7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기준 경동나비엔은 47개국에 수출한다. 카자흐스탄 등 일부 국가는 보일러·온수기 시장 점유율이 1위다.
서탄공장은 해외 수출 물량 대부분을 소화한다. 미국 현지 공장은 부지를 알아보는 단계다. 서탄공장은 생산과 검사, 물류 3단계를 자동화한 것이 특징이다. 공장 2층에서 부품을 조립해 컨베이어 벨트에 실어 내려 보내면 1층의 300m 남짓 조립 레일을 지나며 완성품에 가까워진다.
조립 레일 끝에는 주황색 자동 검사 로봇이 있다. 3m 로봇팔 끝에 카메라가 달렸는데 완성품 구석구석을 1초에 한곳씩, 모두 55곳을 촬영한다. 촬영한 사진은 정상 제품과 비교해서 불량품을 자동으로 걸러낸다. 그렇게 해서 생산되는 불량품은 100만개에 10개 이하 수준이다.
경동나비엔은 북미의 냉난방 공조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 북미는 냉방기구와 난방기구를 합친 가구를 쓰는 경우가 많아. 경동나비엔은 물이 증발하며 열을 뺏는 기존 냉방기의 '제습' 원리로 냉방과 난방을 함께 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사진제공=경동나비엔.
경동나비엔은 최근 북미 최대 규모 냉난방 기업전시회 AHR에 콘덴싱 하이드로 퍼네스를 전시했다. 대부분 북미 보일러는 가스가 연소한 열로 공기를 가열하는데 콘덴싱 하이드로 퍼네스는 가열한 물로 공기를 덥힌다. 열효율이 높고 미세먼지 유발 물질인 배출 농도가 업계 최소 수준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늘어나는 글로벌 수요에 맞춰 서탄공장을 증축하고 품질관리 역량도 더 높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