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없이 사장님 만나기 어렵다…닻 올린 MZ노조, 순항하려면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3.0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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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새로운 바람 MZ노조⑥ "거대 노조가 독점하는 현 상황에선 한계점 많아, 교섭권 획득이 중요"

편집자주 MZ세대가 노동운동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공정성을 기치로 내건 이들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기성 노조의 행보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유준환 의장(오른쪽 여섯번째)을 비롯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위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유준환 의장(오른쪽 여섯번째)을 비롯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위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첫발을 뗀 MZ세대 노동조합 모임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곳 노조 대부분 교섭권이 없어 동력을 잃기가 쉽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 사무직 노조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기 위해선 교섭권 확보가 가장 중요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새로고침 협의회는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사무직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한국가스공사 더 코가스 노조,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LS일렉트릭 사무노조 등으로 구성됐다. 주로 국내 대기업, 공기업에 근무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모였다.



한국·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주도하는 생산·현장직 노조에 반발해 등장한 사무직 노조 연합체다. 사무직 노조는 2년전 현대차와 LG전자에서 만들어지면서 산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MZ세대가 위원장을 맡으면서 대립적인 노사 관계 풍토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도 받았다.

다만 현대차 사무직 노조는 동력을 잃은 상태다. 사측과 협상에 나설 수 있는 교섭권을 획득하지 못하면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에도 수차례 면담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부는 민주노총 산하로 편입되자며 사무직 노조 내에서도 내홍을 겪었다.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조주완 LG전자 사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만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마찬가지로 교섭권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생산직과는 별도로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 나서겠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 단위 분리를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노동계는 새로고침 협의회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본다. 한국은 복수 노조를 허용하지만, 교섭권은 과반수 노조에게만 허용하기 때문에 소수 노조는 사실상 협상력이 전무하다.

노동계 "교섭권 획득이 중요…가능성 낮지만 금호타이어 사례 참고해야"
27일 금호타이어 공장 모습 /사진=김남이 기자27일 금호타이어 공장 모습 /사진=김남이 기자
전문가들은 양대 노총이 자리잡은만큼 최근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가 교섭권을 획득한 방식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는 지난해 8월 생산직 노조와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며 교섭단위분리를 신청했다. 복수 노조가 아닌, 민주노총 생산직 노조와 완전히 다른 노조로 인정해달라는 것.


전남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모두 교섭단위를 분리하라고 판정했다. 법원에서도 금호타이어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금호타이어 내 생산직과 사무직의 근로조건이 현격하게 달라 분리해서 교섭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문제는 금호타이어의 사례가 매우 특수하다는 점이다. 금호타이어는 생산직과 사무직의 근무지가 명확히 다를 뿐더러 두 직종 사이 인사이동도 드물다.

국내 대기업 사업장은 대규모 생산직 노조에 사무직 직원도 가입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새로 사무직 노조가 출범해도 이미 생산직 노조에 속한 직원이 많아 교섭권 분리가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

민현기 공공운수노동조합법률원 공인노무사는 "이미 한 사업장 내에서 과반수 노조에 현장직과 사무직이 같이 가입돼있는 경우가 많다"며 "정확하게 사무직 노조가 양분돼야 하는데 이런 사례는 적다"고 설명했다.

새로고침 협의회는 현 노동법제 하에선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만큼 제도 개선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송시영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부의장은 "거대 노조가 독점하고 있는 현 상황에선 한계점이 많다"며 "각 노조별로 교섭권 획득을 노리면서도 국회에 지속적으로 법·제도 개선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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