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아파트 등 대규모 건물에 있는 전기차 충전기는 법정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기차 충전 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을 의무로 하는 법 규정이 없어서다.
일반용 시설은 설치 전부터 점검받아 이후에도 꾸준히 관리되지만 자가용 시설의 경우 사전이나 정기 점검을 강제할 법적 규정이 없다. 자가용전기설비 점검은 수전설비 점검 중심이기 때문이다. 수전설비는 한전에서 송전한 고압전력을 실제 필요한 전력으로 변전하는 시설이다.
전기차 충전기가 아파트 지상 주차장이 아닌 지하 주차장에 더 많이 설치되는 추세라 화재시 위험성이 매우 높다. 지하에서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하면 대응이 쉽지 않고 불이 다른 곳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 규정부터 만든 뒤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시설 확대에만 집중해 안전이 뒤로 밀려났다"며 "지하에 설치된 설비의 경우 화재에 취약해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후 아파트나 건물의 충전 시설도 문제다. 수전설비와 전선이 노후화해 화재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100세대 이상의 아파트는 의무적으로 전기차 충전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노후 아파트에도 충전 시설이 늘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관련법 개정은 환영할 만하지만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자동차 기업이 본격적으로 전기차 판매를 시작한 건 2014년으로 10년이 다 돼 간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이제라도 법이 개정돼 다행이지만 전기차 충전 시설을 도입하면서 규정이 함께 마련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 개정뿐 아니라 점검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자가용전기설비 충전기도 필수 검사 대상에 포함되면 점검 인력이 부족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공 교수는 "전기안전공사에만 안전 점검을 맡길 게 아니라 소방 등 안전 관련 기관들이 교차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