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인사로 대표 바뀐 고팍스… '인수 공식화' 언제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23.02.2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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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펑자오 바이낸스 CEO. /사진=뉴스1.창펑자오 바이낸스 CEO. /사진=뉴스1.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가 레온 싱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바이낸스의 고팍스 운영사 스티리미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는 수순으로 공식 발표만 남았다. 전북은행의 실명계좌 제공 지속 여부와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 신고 등 변수가 발표 시점을 좌우할 전망이다.

바이낸스 아태 대표, 고팍스 대표이사 선임… 인수 사실상 마무리 수순
이준행 고팍스 대표. /사진=뉴스1.이준행 고팍스 대표. /사진=뉴스1.


2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레온 싱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고팍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레온 싱 풍 대표와 함께 바이낸스 한국 사업을 담당한 스티브영김과 바이낸스 산업회복기금 이사인 지유자오도 고팍스 사내이사가 됐다. 이들의 이사 취임일자는 지난 3일이다.

창업자인 이준행 전 대표는 이달 초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면서 회사 경영은 이어간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표와 사내이사 모두 바이낸스 인사가 차지하면서 실질적인 경영도 바이낸스가 맡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이번 이사진 교체는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앞서 바이낸스는 이달 초 자사의 '산업회복기금(IRI·Industry Recovery Initiative)'을 통해 자금난에 빠진 고팍스 지원에 나섰다. 기금 지원과 동시에 40% 안팎의 이 대표 지분을 포함한 상당한 규모의 지분율 확보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팍스는 지난해 11월 미국 가상자산대출업체 제네시스글로벌캐피탈의 상환 중단 여파로 '고파이' 원리금 지급을 중단한 바 있다. 고팍스는 지난 7일 바이낸스 지원금을 활용해 지난해 11월 21일까지 접수된 고파이 출금 신청을 처리했다.

아직까지 바이낸스와 고팍스는 지분 거래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가 3일 "바이낸스는 한국 거래소 고팍스 인수에 나선다"는 트위터를 올렸다가 삭제했을 때부터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앞서 바이낸스는 가상자산 거래소 사쿠라익스체인지(일본), 토코크립토(인도네시아) 인수 때에도 지분을 사들인 뒤 사내이사를 교체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고팍스 인수 작업을 완료할 경우 현행 규제를 준수하는 국내 거래소를 통해 한국 시장에 재진출하게 된다.


실명계좌 유지, 금융당국 신고 후 인수 공식화?
/사진=고팍스./사진=고팍스.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공식화는 실명계좌 유지와 금융당국 신고 문제를 해결한 뒤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고팍스는 원화 거래를 위해 전북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제공받고 있다. 전북은행은 고팍스의 최대주주 변경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다. 재검토 과정에서 바이낸스의 서류상 본사가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이고,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를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미국 검찰로부터 자금세탁 공모 혐의를 받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사내이사 변동 내용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는 절차도 진행해야 한다. 최대주주 변동은 변경 신고 대상이 아니지만, 사내이사 변동은 신고 대상에 해당한다. FIU 고시에 따르면 △신고인(명칭, 대표자, 소재지 등) △대표자 및 등기임원 현황 △사업 유형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등 정보가 바뀔 경우 변경 신고해야 한다. 고팍스의 경우 등기임원이 바뀌기 때문에 변경 신고 대상에 해당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당장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에 따른 국내 시장 영향을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바이낸스가 고팍스 기반으로 국내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칠 경우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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