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수출호조 뒤 그늘…핵심 부품 시장은 중국에 밀린다

머니투데이 세종=최민경 기자 2023.02.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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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기술의 집약체로 불리는 태양광 셀의 수출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 지난해 태양광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했지만 셀을 비롯한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 등의 수출이 줄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태양광 중간재인 셀 수출액은 전년 대비 92.9% 줄어든 285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셀 수입액은 18.2% 증가한 3억6370만 달러다. 지난해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 수출액도 전년 대비 32.2% 감소한 7140만 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1.5% 증가한 5억9850만 달러다.



태양광 모듈 수출액이 전년보다 113.7% 늘어난 15억5000만 달러로 집계되면서 전체 태양광 수출액은 38% 늘었지만 업계에선 셀 수출이 급감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셀 수출이 급감한 배경으로 LG전자(2022년 2월)와 신성이엔지(2021년 12월)가 태양광 셀 사업에서 철수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현재 국내에서 태양광 셀을 생산하는 기업은 한화큐셀과 현대에너지솔루션 뿐이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 수출도 지난해 7월 웅진에너지 파산의 영향을 받았다.



태양광 산업 밸류체인은 '폴리실리콘 → 잉곳·웨이퍼 → 셀 → 모듈 → 태양광 발전소' 순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셀 수출이 줄어든 대신 국산 셀로 조립한 모듈 수출이 늘었다고 설명하지만 현장 목소리는 다르다.

업계에선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중국산 태양광 중간재 비중이 늘어난 결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국산 셀의 점유율은 중국산에 밀린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19년 국산 셀의 국내 점유율은 50.3%였지만 지난해엔 34.7%로 급감했다. 2021년(35.1%)와 비교해도 소폭 감소했다.

태양광 패널의 경쟁력은 셀이 좌우한다. 모듈은 셀을 조립해서 만들기 때문에 기술 진입장벽이 낮다. 글로벌 태양광 기업들이 탑콘 셀, 탠덤 셀 등 차세대 고효율 셀 개발에 R&D(연구개발) 역량을 쏟아붓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세계관세기구(WCO)의 제7차 관세품목분류체계(HS) 개정이 수출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지만 국내 셀 생산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HS 개정에 따라 수입산 셀을 활용한 국내 제조 모듈도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는데 업계에선 중국산 셀 점유율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미국 모듈 판매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태양광 수출액을 견인했지만 셀 부문에선 중국산 침투력이 증가했다"며 "업계에선 셀 수출 경쟁력이 약해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은 탄소중립산업법 등을 통해 자국 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기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국산 중간재를 쓰도록 인센티브를 주거나 태양광 셀 기술 개발에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오는 3월 시행이 예상되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의 신성장?원천기술 범위에 고효율 n형 대면적 태양전지와 이를 집적한 모듈화 기술을 반영했다"며 "개정안이 확정되면 국내 기업들의 관련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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