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원이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을 높지 않게 봤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연루된 의혹을 받는 대장동 관련 다른 사건의 수사와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곽 전 의원의 아들 퇴직금은 곽 전 의원이 받은 것이라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동업자들에게 비용을 더 받아내기 위해서 한 허풍이었다"는 김씨의 주장을 상당히 받아들이고 녹취록의 신빙성을 높지 않게 봤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씨는 앞서 공판 과정에서 녹취되는 것을 알고 일부러 더 과장을 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지난해 11월 곽 전 의원 사건 결심공판에서는 "제 허언과 잘못된 언어 습관으로 곽 전 의원이 구속되고 법정에까지 서게 됐다"며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정영학 녹취록에 따르면 2020년 10월 녹음된 파일에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대화하던 중 "곽상도는 고문료로 안 되지"라고 말하고 '아들한테 배당하는 방법으로 주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유 전 본부장에게 다시 "회사 막내인데 어떻게 50억원을 가져가냐"고 반문하는 내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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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를 근거로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가 받은 50억원의 실체가 퇴직금이 아니라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이라고 보고 곽 전 의원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와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알선수재에 대해서는 2015년 당시 대장동 민간사업자와 함께 대장동 사업공모에 참여했던 하나금융이 새로운 컨소시엄의 제안을 받아 빠져나가려 하자 박근혜정부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뒤 당시 현역 국회의원이던 곽 전 의원이 대장동 사업자들을 대신해 하나금융을 설득했다고 봤다.
정 회계사는 이와 관련, 검찰 조사에서 하나은행으로부터 이 같은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지만 로비 당사자로 지목된 김정태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곽 전 의원을 처음 만난 시기가 컨소시엄 구성 2년 뒤인 2017년이라는 취지로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을 전해졌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곽 전 의원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어느 정도까지 볼 것이냐에 상당부분 의존하는 구도였다"며 "곽 전 의원이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녹취록의 신빙성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다른 재판에서도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흔들리면 오는 10일 검출에 출석하는 이재명 대표 관련 의혹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은 이날 판결 직후 "객관적인 증거 등에 의해 확인된 사실관계에 비춰 재판부의 무죄 판단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판결문을 상세히 분석한 후 적극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