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은 매파이기를 거부했다"…시장은 '디스인플레이션'에만 주목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3.02.0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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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제롬 파월 연준 의장


제롬 파월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 1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왔음에도 매파적 메시지를 강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발언을 반복하며 7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를 끌어 올렸다.

경제지표 강세가 계속되면 금리를 지금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더 올릴 것이라는 말이나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하는 시기는 내년이 될 것이라는 언급도 증시는 연준 의장으로서 할 수 있는 당연한 말로 받아들였을 뿐 매파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이날 워싱턴 D.C. 경제클럽에서 "디스인플레이션 과정, 즉 인플레이션이 내려가는 과정이 시작됐다"며 "이 과정은 미국 경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공산품 부문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표명했던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시작됐다"는 판단을 다시 한 번 반복한 것이다.



이에 파월 의장의 발언을 기다리며 약세 출발했던 미국 증시는 큰 폭으로 반등하며 상승 전환했다.

파월 의장은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가 예상치의 거의 3배 가까이 늘어난 지난 1월 고용지표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고용지표가 FOMC 전에 나왔다면 지난 1일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질문에는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그런 가정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대답을 피했다.


이어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연준이 전망하는 것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데이터에 반응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강한 고용지표나 더 높은 인플레이션 지표를 얻게 된다면 이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뜻이고 (시장에) 반영된 것보다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 1일 FOMC에서 금리를 4.5~4.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지난해 12월에 공개된 연준 인사들의 올해 금리 전망치 5~5.25%보다 0.5%포인트 낮은 것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이 언제 중단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2024년은 돼야 연준이 만족할만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2023년이 인플레이션의 상당한 하락이 이뤄지는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인플레이션이 2% 부근으로 떨어지는 시기는 확실히 올해는 아니고 내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인플레이션은 전년비 4.4% 올랐다.

파월 의장은 "(지난번 FOMC에서) 우리의 메시지는 이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부드럽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며 "따라서 우리는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고 경기 제약적인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지표에 따라 금리를 더 올릴 수 있고 내년에야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일련의 발언 이후 증시는 상승폭을 모두 반납한 채 하락 반전했다.

하지만 증시는 이런 발언들이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라고 판단한 듯 금세 또 다시 상승 반전해 나스닥지수는 1.9%, S&P500지수는 1.3%, 다우존스지수는 0.8%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이에 대해 콤메리카 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빌 애덤스는 "파월 의장은 좀더 공격적인 태도로 변했다는 신호를 보낼 기회를 가졌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부사장인 데이비드 러셀은 마켓워치에 "파월 의장의 오늘 발언은 시장의 최근 강세를 훼손시키는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며 "시장은 3월에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된 후 이후에는 금리 인상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강세론자에겐 잠재적으로 골드락스 환경이고 침체론자들에겐 매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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