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잘 가는 게 꿈" 한글 깨치고 쓴 시처럼…'칠곡 할매' 떠났다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3.02.0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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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분 할머니와 자작시 '가는 꿈'. /사진=뉴시스박금분 할머니와 자작시 '가는 꿈'. /사진=뉴시스


'칠곡할매시인'으로 불리던 박금분 할머니가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박 할머니는 경북 칠곡에 살며 87세에 한글을 깨쳐 시를 쓰고 영화에도 출연해 유명세를 탔다.

7일 뉴시스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에 들어 전날 발인식이 엄수됐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이날 장례식장을 찾아 박 할머니의 시를 인용하며 "어머님께서 편안하고 곱게 소천하셨기를 바란다"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일제강점기와 가난,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박 할머니는 2015년이 돼서야 칠곡군이 운영하는 약목면 복성리 배움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박 할머니는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통째 외우고 집안을 한글 공부한 종이로 가득 덮을 만큼 배움을 향한 열정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움학교에서 반장을 맡으며 폐지를 모아 판 돈으로 함께 공부하는 할머니에게 회식을 베풀어 '친절한 할머니'로도 불렸다.



박 할머니는 2015년 칠곡군이 성인 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의 시 98편을 묶은 시집 '시가 뭐고'를 통해, 죽음에 대한 성찰을 표현한 '가는 꿈' 시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이 밖에 2019년 김재환 감독의 영화 '칠곡가시나들'에 출연,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표현해내기도 했다.

김재욱 군수는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할머니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많은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했다"며 "칠곡 할머니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관광산업에 접목하고 다양한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칠곡군은 2008년부터 할머니를 대상으로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3권의 시집을 냈고 칠곡할매글꼴(폰트)도 개발했다. 이 글꼴은 윤석열 대통령의 연하장에 쓰여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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