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주당의 '필터버블'

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2023.02.0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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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표가 4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 국민보고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2.0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표가 4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 국민보고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2.04.


# 더불어민주당이 6년 만에 대정부 장외집회를 연 지난 4일 밤. 이재명 대표 팬 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현장에 온 의원들의 이름을 알려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참석 의원들의 이름과 '인증샷'들이 줄줄이 댓글로 달렸다. 한 이용자는 "국회 출석보다 더 중요하다"며 "불참자를 알려 다음에는 다 나오도록 경고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대장동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엔 한 리스트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았다. 이 대표를 응원하러 오지도 않고 온라인에서 검찰을 규탄하는 발언조차 하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의 명단이었다. 선거 때 심판하자는 주장과 함께였다.



팬 카페에선 실시간으로 이 대표와 민주당과 관련된 기사를 공유한다. 여기엔 '완'이라는 댓글이 주르륵 달린다. '완'은 민주당에 '긍정적인'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를 완료했다는 인증이다. 한 이용자는 이 대표의 장외집회 발언을 담은 한 기사를 공유하며 "(우리 댓글이) 다 내려갔다"고 알렸다. 이처럼 댓글 여론이 밀린다 싶으면 다시 기사를 공유하며 '화력'을 쏟아붓자고 독려한다.

# 최근 만난 한 민주당 의원은 언론보다 유튜브를 더 신뢰한다고 했다. 언론을 거치지 않고 직접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데다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소위 '친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몇몇 유튜브 채널을 추천해줬다. 이 채널 운영자들처럼 기자도 취재를 열심히 해 심층보도에 힘써야 한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개인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추천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아마 그에게 지지자들의 목소리로 가득한 세상을 보여줬을 것이다. 이른바 '필터버블'(Filter Bubble) 현상이다.



이번 장외집회는 시작 전부터 뒷말이 무성했다. 당 내에선 검찰 규탄보다 고물가에 시름하는 국민들을 위한 목소리가 더 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 전체가 이 대표 방탄에 동원된다는 인상을 주면 비호감만 높아진다는 것이다. "안 나가도 싶어도 안 나갈 수 없다"는 불평도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목소리는 당 지도부에는 닿지 않은 듯 하다. 팬덤 정치의 '필터버블'에 둘러싸인 이들에게 그런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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