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가 3조원...LG엔솔, 전기상용차 공략 시동 걸었다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3.02.02 16:27
글자크기
첫 단추가 3조원...LG엔솔, 전기상용차 공략 시동 걸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3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모듈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전기상용차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상용차만을 위한 대규모 첫 장기 물량 계약이라는 점도 의미 있다. 전기상용차는 높은 배터리 기술력이 요구될 뿐 아니라 고성장·고소득이 예상되는 분야여서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 위상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유럽 등을 대상으로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및 배터리 팩을 제조·판매하는 미국의 FEPS(Freudenberg E-Power Systems)와 전기차 배터리 모듈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2일 밝혔다. 포드·이베코의 전기버스·전기트럭 등에 LG 배터리가 탑재된 전례는 있지만, 상용차 맞춤형 대규모 배터리 납품은 처음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셀이 최소 단위다. 다수의 셀을 열·충격·진동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묶은 것이 모듈이며, 여러 모듈을 묶은 게 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부터 FEPS에 19GWh 규모의 배터리 모듈을 납품한다.

FEPS는 독일 프로이덴베르크그룹(Freudenberg Group) 계열사다. 2018년 북미 파우치셀 개발 및 BMS·팩 제조 판매 기업 엑설트에너지(Xalt Energy)를 인수해 출범했다.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Midland)에 팩·모듈 조립을 위한 기가팩토리를 운영 중이다. FEPS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모듈을 받아 팩으로 조립한 뒤 주요 전기상용차 회사에 판매한다.



수주한 물량은 고성능 전기상용차 5만대, 고성능 전기승용차 27만대 이상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금액으로는 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상용차는 전기승용차보다 대당 배터리 탑재량이 많다. 차량 특성상 장거리·장시간 보증도 필수적이다. 전기상용차에 탑재되는 모듈은 일반 전기차 모듈 가격인 KWh당 약 100~120달러보다 50% 이상 높다.

우수한 기술력을 요구하다 보니, 한 번 공급 계약을 맺으면 보통 장기 계약으로 이어진다. 배터리업계가 전기상용차 시장을 '고부가 전략 시장'으로 손꼽는 이유다.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수요도 가파르게 늘고 있어 전망도 밝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마케츠(Markets and Markets)는 지난해 35만3000대 수준의 전기상용차 시장 규모가 2030년 314만대로 연평균 31.4%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SNE리서치는 전기상용차 배터리 시장이 지난해 37GWh에서 2030년 574GWh로 증가해 연평균 40% 이상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상용차는 규격화된 표준 배터리 탑재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시장"이라면서 "배터리 업체 중 선도적으로 모듈·팩 사업을 해오면서 표준화된 모듈 라인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시장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전기상용차 시장에서 △원통형·파우치 등 다양한 폼팩터 보유 △선도적인 모듈·팩 비즈니스 진행을 통한 표준화된 모듈 라인업 다수 보유 △BMS 역량을 활용한 안전진단 솔루션 제공 △내부 개발·품질 프로세스를 통한 안정적인 품질관리 등 전기차 시장에서 발휘했던 강점들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사장)은 "FEPS와 파트너십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기상용차 시장 선점의 신호탄"이라며 "배터리 셀부터 모듈·팩·BMS 등 배터리 전 분야에서 축적한 차별화된 역량으로 최고의 고객가치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맥스 클레이(Max Kley) FEPS CEO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급성장하는 전기상용차 시장의 고객들에게 최고 품질의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시장의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