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투자축소' 발버둥치는 SK하이닉스, 이번에도 살아남을까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한지연 기자 2023.02.0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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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SK하이닉스 /사진=뉴스1SK하이닉스 /사진=뉴스1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가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반도체 한파가 더 거셌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로 대응하고 있지만 업황 개선의 신호가 보이질 않고 있다. 경쟁사인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은 없다'며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 2위 SK하이닉스의 위기감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는 1일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 7조 6986억원, 영업손실 1조 7012억 원(영업손실률 22%)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7.8%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SK하이닉스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건 2012년 3분기 이후 10년여만(41분기)이다. 4분기 매출이 급격히 줄면서 내심 기대했던 연 매출 50조원 달성에도 실패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44조6481억원(3.8%), 영업이익은 7조66억원(-43.5%)이다.



1분기 최대 2자릿수 감산·설비투자 50% 축소
'감산·투자축소' 발버둥치는 SK하이닉스, 이번에도 살아남을까
실적 악화에 대한 SK하이닉스의 대응은 감산과 투자설비 축소다. 지난해 3분기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수익성이 낮은 제품 중심으로 생산량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설비투자도 지난해 19조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러한 긴축 기조는 올 1분기에도 이어간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D램은 전 분기 대비 두자릿수, 낸드플래시는 한 자릿수 후반으로 줄어든 수준의 출하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플래시를 20% 이상 감산하고, 올해 설비투자를 30% 이상 줄이겠다고 했다. 키옥시아도 30% 이상 감산 방침을 밝혔다. 이는 급격히 떨어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반등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감산의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D램(PC향 범용제품 기준) 고정거래가격은 2.21달러로 3개월 전인 지난해 9월(2.85달러)보다 22.46% 급락했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도 4.14달러로 3.73% 떨어졌다. 1년 전인 2021년 12월과 비교하면 D램가격은 40%, 낸드플래시가격은 14% 하락했다. 지난달에는 PC용 D램 평균 고정거래 가격이 1.81달러까지 추락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이 올해 1분기 20%, 2분기 11%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플래시도 같은 기간 각각 10%, 3%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감산의 효과는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업계 1위 삼성전자가 감산 행렬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지난달 31일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경쟁사들이 감산에 더해 설비투자까지 줄일 경우 반등기에 적기 대응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데, 이 빈틈을 삼성전자가 메움으로써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계산이다. 자금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갖춘 삼성전자 외에는 수행할 수 없는 전략이다. 비록 삼성전자가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해 진행되는 생산라인 최적화나 미세공정 전환에 따라 자연적으로 이뤄지는 생산량 감소를 시사하긴 했지만 의미 있는 생산량 감소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인위적 감산없다" 삼성의 이유있는 버티기 전략
(서울=뉴스1) = 삼성전자가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공정으로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DDR5 규격의 이번 제품은 최대 동작속도 7.2Gbps를 지원한다. 이는 1초에 30GB 용량의 UHD 영화 2편을 처리할 수 있는 속도이다. (삼성전자 제공) 2022.1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 삼성전자가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공정으로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DDR5 규격의 이번 제품은 최대 동작속도 7.2Gbps를 지원한다. 이는 1초에 30GB 용량의 UHD 영화 2편을 처리할 수 있는 속도이다. (삼성전자 제공) 2022.1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삼성전자는 이미 2000년대 이후 수차례 발생한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감산없이 버텨내며 점유율을 급격히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특히 최근의 상황은 2001년 D램가격 폭락기와 유사하다. 당시 D램가격이 전년 대비 80% 이상 폭락했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하이닉스를 비롯해 일본, 대만 등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를 단행했다. 이때도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며 버텼다. 결과적으로 반도체 업황이 살아난 2002년 이후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2019년 18.9%에서 2022년 33.1%까지 뛰어올랐다.

이후로도 2007년 2015년 반도체 치킨게임에서도 삼성전자는 버티기 전략을 사용했고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은 40%대까지 치솟았다. 반면 하이닉스는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로 인해 업황 반등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사업의 부침도 심해졌다. 2012년 SK그룹에 인수되기 전까지 여진은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의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고 정상화를 통해 메모리 가격이 반등하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업황이 개선돼 내년에는 반도체 호황이 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들어 반도체 업황 사이클 간격이 좁아지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보탠다. 설비투자 축소 역시 생산량 증가에 일부 영향을 미칠 뿐 선단테크(첨단 설비투자) 비중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SK하이닉스의 입장이다.

김우현 재무담당 부사장(CFO)은 "업계 감산 영향이 1분기부터 가시화하고, 투자 축소로 향후 공급 여력 또한 줄어들게 되면 올해 중에 재고 정상화가 이뤄지고, 내년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업 턴(시황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차세대 1b 나노 D램과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과 초기 양산에 필요한 설비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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