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원짜리 가방이 명품이라고?…싱가포르 인터넷 달군 사연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3.01.3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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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사는 조 가브리엘(17)이 이달 자신의 틱톡에 올린 영상. 그는 이 7만원짜리 가방을 아버지에게 선물받았다며 '나의 첫 명품 가방'이라고 적었다./사진=틱톡싱가포르에 사는 조 가브리엘(17)이 이달 자신의 틱톡에 올린 영상. 그는 이 7만원짜리 가방을 아버지에게 선물받았다며 '나의 첫 명품 가방'이라고 적었다./사진=틱톡


최근 싱가포르에서 한 10대 학생이 7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자랑하는 틱톡 영상을 올려 큰 화제가 됐다. 명품은 어떻게 정의하는지, 싱가포르의 사회적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등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30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사는 조 가브리엘(17)은 이달 초 자신의 틱톡 계정에 아버지에게 선물로 받은 가방을 자랑하는 영상을 올리며 "내 첫 명품 가방(my first luxury bag)"이라고 적었다. 그가 받은 가방은 싱가포르 패션브랜드 찰스앤키스의 79.9싱가포르달러(약 7만원)짜리 가방이었다.



이 영상은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 널리 퍼졌고 가브리엘을 조롱하는 댓글이 빗발쳤다. 누가 몇만원짜리 중저가 브랜드 가방을 명품이냐고 부르냐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이 가방을 명품이라고 부르는 건 패스트푸드를 고급 식당이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비꼬았다.

하지만 가브리엘은 이후 추가 영상을 올려 자신은 2010년 필리핀에서 싱가포르로 이주해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으며 자신의 형편을 볼 때 명품이 맞다고 반박했다. 가브리엘은 "부유함이 당신들은 얼마나 어리석게 만들었는지 알겠다"며 누리꾼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이후 댓글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다. 이번엔 가브리엘 가족을 응원하고 공감한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멋진 가방이다. 당신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둔 것 자체가 럭셔리 그 자체"라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당신을 조롱하는 악플러들은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행복의 이유를 찾을 수 없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가브리엘의 사연은 싱가포르 언론에도 소개됐고 여러 패션브랜드는 가브리엘에게 직접 선물을 보냈다. 찰스앤키스는 직접 가브리엘과 아버지를 초대해 음식을 대접했다. 가브리엘은 외신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들에겐 80싱가포르달러짜리 가방이 별것 아닌지 모르겠지만 내겐 감정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의미가 크다"며 "그걸 왜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가브리엘의 사연이 화제가 되면서 싱가포르에선 빈부 격차와 사회적 계급 사이의 갈등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도 촉발됐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단순히 명품을 뭐로 정의할지에 대한 논의를 넘어 여기엔 오해를 키우고 공감은 줄이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더 큰 담론이 있다"면서 "우리는 오해를 뛰어넘고 더 큰 공감을 허용하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적 시스템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인종, 다문화 국가로서 화합과 조화를 중시하는 싱가포르 정부 역시 이번 논쟁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차기 총리로 예정된 로렌스 웡 싱가포르 부총리는 최근 연설에서 가브리엘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국민들에게 사회적 지위나 명성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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