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자사주 소각을 결의하며 적극적 주주환원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간 배당만으로 주주 달래기에 급급했던 한국 기업이 '주주환원의 꽃' 자사주 소각에 뛰어들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보다 더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발행 주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를 높이기 때문이다. EPS가 높아진만큼 주가가 오르게 된다.
그간 한국 기업들에 자사주는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활용됐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제한돼,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의결권을 보유한 주식수를 줄여 지배주주 보유 지분의 의결권을 상대적으로 강화시키는 효과를 냈다. 또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 지배주주에 우호적인 세력에 매도해 지배력을 강화하는데도 쓰였다.
김 대표는 "자사주가 많은 기업은 주가가 상승할 때 자사주를 내다 팔기도 한다"며 "대규모 자사주는 주가에 그 자체로 악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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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총 주주환원율 측면에서 세금 부담이 큰 배당보다 자사주 소각이 더 효과적인 주주환원"이라며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주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까지 올라가므로 자사주 소각은 최고의 주주환원정책"이라고 평했다.
이미지=임종철 디자인 기자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일반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주식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 과제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 등이 포함될 거란 기대감이 높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지배구조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며 "반대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배당보다 주가 부양 효과가 큰 주주환원정책으로 보고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질 때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지배구조 개선 효과도 본격화될 것"이라며 "향후 자사주 소각 여부가 주주환원정책의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며, 주가 저평가를 해소할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겠다"고 분석했다.
한편 KT&G는 지난 27일 미래성장전략을 발표하며 약 3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했지만, 소각 결정은 배제했다. KT&G에 주주제안을 했던 안다자산운용은 "KT&G는 자사주 소각이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며 "소각이 동반되지 않은 자사주 매입은 ROE(자기자본이익률)에 변화가 없어, 주주가치 제고에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