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나의 마스크 해방일지

머니투데이 김명룡 바이오부장 2023.01.31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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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기자는 특파원으로 중국 베이징에 있었다. 당시는 우한폐렴으로 불렸던 코로나19(COVID-19)의 창궐을 온 몸으로 경험했다. 14억 중국인들은 공포에 휩싸였고, 자연스럽게 마스크 품귀 현상을 빚어졌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던 당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마스크 착용 뿐이었다. 이방인으로서 중국에서 마스크를 구하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국내에 있던 이들보다 몇개월 빨리 마스크 생활(?)을 시작한 셈이다. 그래도 그해 여름쯤이면 마스크를 벗을 것으로 막연히 기대했던 것 같다. 기대와 달리 2021년 2월 귀국할 때까지 중국에서 일상생활을 할 때 마스크를 벗지 못했다.



심지어 마스크 생활은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귀국후 1년반이 넘게 지난 작년 9월에서야 실외 마스크 착용의무가 겨우 해제됐다. 그리고 지난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의무도 해제됐다. 수년간 착용하며 생활해 마스크를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느끼게 된 지 꼬박 3년 만이다.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벗고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낯설기도 하고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코로나19 방역의 상징 같았던 마스크 착용 의무의 해제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종언으로도 읽힌다. 방역정책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정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것은 코로나19 유행이 통제권에 들어왔다는 판단과도 같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단 코로나19 팬데믹도 서서히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결국 코로나19도 다른 역병과 마찬가지로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될 것이다.

코로나19와 처음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속수무책이었다.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수단인 마스크를 확보하는 것조차 충분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다행히 인류는 빠르게 백신을 만들었고, 치료제도 개발해 냈다. 이것은 인류의 성과일 뿐 우리나라의 성과로 보긴 어렵다. 지난해 6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개발에 성공하긴 했다. 하지만 화이자 등 다국적제약사가 이미 시장을 장악한 탓에 상업적인 성과를 올리진 못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백신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1조원에 달했다. 2021년엔 2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년간 3조원의 적자 중 대부분은 코로나19 백신이 차지한다. 백신을 스스로 개발할 능력이 없는 나라가 치러야 할 대가 같은 것이다.


반면, 우리 진단키트 기업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렸다. 국내 주요 진단기업이 올린 영업이익만 7조원이 넘는다. 진단분야에서 다져온 연구 역량이 신속한 진단제품 개발로 이어진 것이 주효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나라 업체의 진단키트는 전세계로 수출됐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진단사업이 새로운 사업에 나설 자양분이 될 것이다.

물론 백신과 그리고 진단키트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진단키트는 자급과 수출에 성공했지만 백신은 그렇지 못했다. 진단키트는 연구개발→시장 장악→상업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에 들어간 듯하다. 반면 백신의 경우 선진국 제약사에 주도권을 뺏겨 후속 개량백신 개발에 나설 동력을 잃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백신 자급률은 35%에 불과하다. 전 세계 상용화 백신 28종에서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해 생산할 수 있는 백신은 10종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백신을 재빨리 개발해 내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변하지 않은 사실은 제2의 코로나19는 언제든 발생할 것이란 점이다. 백신사업 육성을 위해서 기업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단 의미다. 백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은 단순히 기업의 경제적인 이익을 넘어 국민의 건강권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언젠가 제2의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다국적제약사의 눈치만 보고 있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바이러스는 반드시 인류를 다시 공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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