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자동차 옵션 구독, 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23.01.31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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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의 특정 기능을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을 놓고 고민이 크다. 구독 서비스로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소비자들의 반감이 커 자칫 잘못하면 브랜드 이미지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내놓은 구독 서비스는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한 대표적인 사례다. 벤츠는 최근 전기차를 출시하며 연간 1200달러(한화 약 147만원)을 내면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약 1초 정도 빨라질 수 있다고 소개했다. 벤츠는 또 EQS에 적용된 후륜조향시스템 '리어 액슬 스티어링' 기능을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으면 뒷바퀴가 4.5도까지만 회전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이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면 최대 10도까지 조향할 수 있도록 했다. BMW는 열선시트, 스티어링 열선, 하이빔 보조기능, 드라이빙어시스턴트플러스, 드라이빙레코드 등을 구독서비스로 제공하겠다고 내놨다.



소비자들은 벤츠와 BMW가 내놓은 구독 서비스를 '차량에 탑재된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막아 놓은 뒤 구독료를 주면 풀어준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소비자가 쓰지도 않을 옵션을 모두 차에 탑재해 차량 가격은 비싸게 받으면서 추가로 구독료만 더 받는 서비스라는 인식도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모든 기능을 활성화해 출고하면 신차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량 원가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테슬라의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 FSD(Full-Self Driving·완전자율주행)는 상황이 약간 다르다. 테슬라는 FSD 기능을 매달 최대 199달러(약 24만원)를 지불하거나, 한 번에 1만5000달러(약 1840만원)를 내고 사용하도록 했다. 이에 대한 테슬라 고객의 반발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차량 기능을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은 같은데 소비자의 수용성은 왜 차이가 나는 걸까.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만든 미국 기업가 티엔 추오는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에서 소비자들이 제품보다는 서비스를, 소유보다는 경험과 가치를 더 중시한다고 말한다. 테슬라 차량 구매자들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FSD는 구독을 해 놓으면 이후로 끊임없이 업데이트된다는 장점도 있다. 반대로 벤츠와 BMW가 내놓은 '1초 빠른 차' '엉따'가 제공하는 새로운 경험이나 가치는 거의 없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해 4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비티나 게임 서비스를 구독하는 차량이 전체의 30% 정도가 되면 1180억달러(약 145조원) 규모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테슬라를 포함한 글로벌완성차 회사 12곳의 2021년 영업이익을 합한 것(1090억달러, 약 133조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소프트웨어로 차량의 모든 기능을 통제할 수 있는 시대, 차량 기능 구독 시장은 이제 막 문이 열렸다. 완성차 업체들은 구독 서비스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 가치를 안겨줘야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 완성차 시장의 미래 이익은 이 서비스 시장에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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