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방위사업계약 체결 및 이행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위사업계약법)'을 제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방위가 발의한 이 법안은 방위사업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해 지체상금(계약이행 지체에 대한 손해배상액), 계약 변경,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 사항을 심의 및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가계약법은 방산기업의 납기가 지연되면 벌금 성격의 '지체상금'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계약상대자(기업)의 책임없는 사유'가 입증돼야만 지체상금 면제가 가능하다. 지체상금을 부과받을 경우 방산업체 지정이 취소되거나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도 있다.
방위산업은 신무기나 신기술 개발 획득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연구 개발 실패나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국가계약법 자체가 방위산업의 특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 8번째로 국내 건조에 성공한 3000t급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이 대표적인 사례다. 110일이 지체되면서 건조 기업이 약 1000억원의 지체상금을 납부하게 됐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기존 국가계약법 하에선 정부가 설계변경 등으로 일정을 지연시켜서 기간 내 완성하지 못하거나, 제품 성능이 조금만 미흡해도 업체를 부정당업자로 낙인찍고 각종 제재를 가한다"며 "업체에 지체상금과 과징금 부여는 물론, 다른 사업에도 참여하지 못하도록 입찰참가를 금지시킬 수 있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업체가 산정한 원가를 정부가 검증해 확정하기 때문에 이윤이 줄어들 소지도 많다.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재료비, 인건비 등을 계산한 뒤 임의로 감액하기 때문에 예정가격을 정할 때 실제 발생한 원가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연구개발을 하는 업체에 상한가를 둬서 계약금액을 초과하는 비용을 업체가 부담하기도 한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방산업계의 수출이 늘고 있지만, 방위산업은 기본적으로 내수 중심 산업이며 우리 군에 무기를 조달해서 실적이 생겨야 수출도 할 수 있다"며 "기존 법은 방산업체들이 기술보다 가격경쟁에만 주력하게 만들어 방위산업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위사업계약법이 연내 제정되면 지체상금 감면과 유연한 계약 변경이 가능한 근거가 마련된다. △불가항력적인 상황 △도전적인 연구개발을 성실히 수행한 경우 △정부에 일부 책임이 있는 경우 등의 사유로 계약 이행이 지체되면 지체상금이 감면되며 계약 기간·금액·조건 등 변경할 수 있다.
방위사업계약법은 계약의 종류·내용·방법, 낙찰자 결정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최저가' 위주인 현행 국가계약법과 달리 '성능·기술력' 중심으로 낙찰자 결정 방식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또 방위사업계약 관련 업체의 불만·이의사항 등을 심의·조정할 수 있는 '방위사업계약 조정위원회' 설치내용도 담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업체 간 문제가 발생하면 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은 방위산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전문적으로 심의·조정할 수 있는 기구가 없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방산업계 다른 관계자는 "업계에선 방위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방위사업계약법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돼야 한다고 본다"며 "야당도 적극 협력하고 있고, 특히 방위사업청에서 이전과 다르게 이번 입법안을 환영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업체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법률이 제정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