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자처 尹대통령, 순방 마지막에 '양자 과학자' 만난 까닭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3.01.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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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방문한 취리히연방공대, 유럽 내 양자 연구 선도
과기정통부, 양자 컴퓨터·통신·센서 등 기술확보 목표
미래 산업 지형 단번에 바꿀 '양자기술 챙기기' 총력

[취리히=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에서 열린 '양자 석학과의 대화'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2023.01.20.[취리히=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에서 열린 '양자 석학과의 대화'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2023.01.20.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를 찾아 양자(Quantum) 과학자를 만났다. 양자는 컴퓨터·통신·센서 등에 적용돼 미래 산업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 기술로 불린다. 글로벌 복합 위기를 경제외교로 타파하겠다고 공언한 윤 대통령이 국가 산업을 뒷받침할 미래 기초과학 분야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취리히 ETH에서 '양자 석학과의 대화'를 개최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한 우리나라 정부 관계자들과 귄터 디세르토리 ETH 부총장, 안드레아스 발라프 ETH 양자센터 소장, 알레산드로 쿠리오니 IBM 취리히연구소장 등이 대화에 참여했다.



ETH는 아인슈타인, 폰노이만 등 노벨 과학상 수상자만 22명 배출한 명문 대학이다. 유럽 내에선 양자 연구를 선도하고 있으며 특히 초전도 양자컴퓨터에서 최고 수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ETH에서 양자과학기술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이들만 700여명에 달한다.

앞서 지난해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안드레아스 ETH 양자센터 소장 연구팀은 17큐비트(Quantum bit)급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확보했다는 연구 내용을 게재하기도 했다. 한국은 이보다 연구 역량이 낮아 2026년까지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을 중심으로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 중이다.



윤 대통령은 양자 석학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한국과 스위스 수교 60주년을 맞는 올해를 양자과학기술 도약의 원년으로 삼아 연구와 인적 교류 등 국제협력을 적극 추진하라"며 "앞으로 미래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양자과학기술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尹대통령 꽂힌 양자 컴퓨터·통신·센서 뭐길래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6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전 본원에서 연구진으로부터 기술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6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전 본원에서 연구진으로부터 기술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양자 기술 중 대표적인 분야가 양자컴퓨터다. 기존 컴퓨터 대비 정보처리 속도가 빠르고 양자 암호화가 가능해 초강력 보안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일반 컴퓨터가 정보를 0과 1로만 표현했다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중첩해 나타낼 수 있다. 예컨대 기존 컴퓨터가 동전 앞뒷면만 구분해 표현했다면, 양자컴퓨터는 동전 앞 뒷면은 물론 수직으로 선 중첩 상태 등을 표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계산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통상 슈퍼컴퓨터보다 1억배 이상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양자컴퓨터는 미래 신약은 물론 반도체, 신소재 등을 발굴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전망된다. 현재 기술은 IBM이 가장 앞섰다. 올해 말까지 1000큐비트, 2025년 400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내놓을 예정이다.


양자암호통신 분야는 중국이 선도하고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얽힌 광자쌍을 이용해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 '암호키 분배'가 핵심이다. 양자는 복제가 불가능하고 도청이나 감청을 시도하면 양자 상태가 바뀌어 즉시 감지할 수 있다. 그래서 도청이 불가능한 '궁극의 보안 통신'으로 평가된다.

과기정통부는 양자컴퓨터·통신뿐만 아니라 센서 분야 투자도 늘리고 있다. 이종호 장관은 양자 센서 분야가 비교적 산업적 응용 범위가 넓어 유망하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반도체·배터리 설계 혁신에 기여하는 양자센서 상용기술을 2025년까지 개발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 중력센서 등을 실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양자를 꼽고 연구개발 로드맵과 국가양자전략 등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양자 기술에 1000억원 가까이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또 양자대학원을 3개로 늘려 2030년 양자 분야 고급 전문인력 1000명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한미 양자기술 협력센터도 개소한 바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 스위스 순방 계기로 ETH와도 연구·인력 교류가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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