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경제 평론가
현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날들이다. 취임 당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차익 중과세를 1년간 유예하는 조치를 취하더니 8개월 만에 전정부가 만들어놓은 부동산 규제 대부분을 해제했다. 집값이 빠르게 하락하고 거래절벽이 심한 상태인 걸 감안하면 예상된 대응이다.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돌아설 수 있을까.
최종적으로 가격의 방향이 바뀔지는 미지수다. 최근 아파트 가격 하락률이 축소된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지난해 말처럼 한 주에 0.7%씩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면 한 달간 하락률이 3% 넘게 된다. 연간으로 따지면 50% 가까이 하락하는 셈인데 이 속도로 계속 내려갈 수는 없다. 아파트 가격 하락률이 축소될 시점에 정책이 나와 효과를 발휘한 듯 보인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한쪽 방향으로 치우쳤을 때 정책이 힘을 발휘한 예가 없다. 가격이 적정 수준까지 내려온 후 정책이 먹히는 게 일반적인데 아직 가격하락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너무 성급하게 많은 걸 푼 것 같다.
정부가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이제는 발을 빼기 힘들다.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사람들은 정부에 새로운 대책을 요구할 텐데 이를 충족해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의 대책이 먹히지 않고 쓸 수 있는 카드도 바닥이 나면 다음에는 '무능'이란 꼬리표를 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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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부가 정책방향을 바꿨으면 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혜택과 대출증가를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지금은 높은 가격이 정상을 찾아가는 상황이어서 하락이 불가피하며 저금리 세상이 다시 오지 않는다고 사람들을 설득했으면 한다. 현 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시장을 설득하기 좋은 환경에 놓여 있다. 부동산이 오르기를 바라는 사람보다 안정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더 많아 정부가 설득에 나서도 욕을 덜 먹기 때문이다.
지난 1월3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이 "(이전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정치와 이념의 문제로 인식했다"는 말을 했다. 가격이 생각대로 움직였다면 부동산이 이념의 문제가 됐겠는가. 지금 사람들을 설득하지 않고 계속 가격에 연연하면 이번 정부도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편 정부로 낙인 찍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