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9인의 치료 기록이 한 권에…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3.01.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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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9인의 치료 기록이 한 권에…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9명이 타인의 마음을 치료하며 기록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모음집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가 발간됐다.

이 책의 저자로는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백명재 교수를 비롯해 광주동명병원 정찬영 원장, 국립정신건강센터 이정현 전문의, 서울대 김은영 교수,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교수, 인천참사랑병원 천영훈 원장, 마음드림의원 정찬승 원장,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이 함께 참여했다.



이 책은 청년정신건강, 남겨진 자를 위한 애도, 트라우마 극복, 마약중독 재활, 자살 예방, 코로나19, 군 정신건강, 북한이탈주민, 국가폭력 치유 등 단어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분야의 최전방에서 헌신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9명의 이야기이다. 치료과정에서 부족함을 고백하며 의사로서 '얼마나 잘 치료했는지'가 아닌 '얼마나 함께 견뎌줬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은 섣불리 자신을 치료자라 칭하지 않고 환자를 통해 오히려 자신들이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 우리나라의 모든 재난 현장의 상처 입은 마음을 보듬어주는 의사를 통해 진정한 위로와 공감을 나누는 기회도 제공하려 했다.

경희대병원 백종우 교수는 '정신과는 고민하는 과이니까 너한테 딱'이라는 선배 말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됐다고 한다. 그는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장, 국회자살예방포럼 자문위원장으로도 할동하고 있다. 백 교수는 "불의의 사고로 생명을 잃은 고(故) 임세원 교수의 친구로서 고인의 유지인 '마음이 아픈 사람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는 사회'를 위해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통의 현장에 있는 환자를 마주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한 명의 인간으로서 괴로워하기도 하고 자책하고 때론 무너지기도 하는 의사들의 이야기이자 환자분들과 함께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이 책에 담고자 했다"며 "마음의 위기는 절대 찾아오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위기에 빠진 순간 우리는 자신의 주위에서 누가 진심을 가진 사람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런 진심을 가진 한 사람이 옆에 있다면 삶은 다시 시작된다"고 언급했다.

울산대병원 전진용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북한말을 제일 잘 알아듣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손꼽힌다. 전문의를 취득한 후 우연한 계기로 하나원에서 첫 정신건강의학과 공중보건의 생활을 시작한 이후 약 15년간 북한이탈주민의 정신건강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관심을 가지고 진료했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늘 사람의 마음이 궁금했다고 한다. 2013년 심리적 외상관리팀을 창설하면서 재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고, 세월호 침몰 사고, 메르스 유행, 강원도 산불, 코로나19 유행 등 국가적 재난 시 심리지원을 총괄해왔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가장 치료하기 힘들다고 하는 마약중독환자의 회복을 돕고 있다. 국내에서 마약중독자만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거의 유일한 의사이며 대한민국에서 교도소를 제일 많이 드나든 의사 가운데 한 명으로 자부하고 있다. 지옥행 급행열차를 탄 이들과 수많은 전투를 벌이지만 기적과 같은 회복을 지켜볼 수 있는 축복도 함께 누리고 있다고 한다.

경희대병원 백명재 교수는 민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는 최초로 군에 채용돼 국내에서 가장 많은 현역 장병을 진료실에서 만났다. 그는 국군수도병원에서 PTSD 팀장, 정신건강센터장,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을 역임했다. 그는 군에서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경희대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군 장병을 꾸준히 진료하고 있다. 백명재 교수는 "군의관,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이 정밀 평가와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 장병을 자주 의뢰한다"며 "군 장병의 정신건강 문제는 응급인 경우가 많아 최우선으로 진료 시간을 할애해 보살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군 장병이라고 해서 병원에서 환대를 못 받을 이유는 없다. 저에게 진료받으러 오는 모든 환자에게 '잘 왔다'고 '우리가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하면서 진료를 본다"며 "이 책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이들이 많다는 것을 공감하며 '회복의 희망'을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은영·정찬승·심민영·천영훈·백종우·이정현·백명재·전진용·정찬영 지음/플로어웍스/252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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