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위기로 시작하는 2023년

머니투데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3.01.06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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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전문위원최준영 전문위원


희망과 긍정적 전망에 부풀어 있어야 하는 연초지만 분위기는 싸늘하다. 누구도 희망과 기회를 이야기하지 않고 위기와 리스크를 언급한다. 주식과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시장 역시 부정적 전망 일색이다. 급격한 금리인상과 공급망의 혼란 그리고 국제공조의 붕괴 등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세계 경제는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유럽 역시 에너지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정치적 불안 및 정부의 재정고갈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일각에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해제가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하지만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상태와 급격한 정책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 등을 고려해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같이 중국이 구원투수로 등장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미국 역시 경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2022년과 더불어 2023년 역시 대규모 무역적자를 겪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고용과 산업 등 경제 전반에 큰 타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경기변동과 자산시장의 침체는 일시적인 위기며 자연스러운 사이클이지만 현재는 보다 근본적인 위기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졌으며 인구감소는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사회 모든 영역에서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는 이제 공통적인 사항이 되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필연적으로 수요위축과 소비여력 감소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산업현장의 노하우는 소실되기 시작했으며 산업현장의 부족한 인력은 양호한 근무환경과 보다 나은 근무환경을 찾아 산업도시를 떠나 수도권으로 이주하면서 더욱 부족해졌다. 수많은 위기상황을 비용절감과 기술개발 및 시장개척 등을 통해 극복해왔지만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현상들은 과거와 다른 차원의 근본적인 상황변화에 따른 것이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이다.



"국난극복이 취미생활"이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할 정도로 우리는 수많은 위기를 겪었다. 위기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위기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상황이 다르면 처방도 달라져야 하지만 최근 진행되는 변화에 대해 우리가 과거와 같은 관성으로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응방식에 있어서도 다른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자세의 전환이 요구된다. 인력이 부족하다고 더 확보하는 방안을 찾는 것보다는 근본적으로 인력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는 기술과 장비의 개발·도입을 본격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기존 사업의 관성적 유지보다는 과감한 철수와 축소 등도 과거에 비해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해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위기는 누가 잘못해서 초래됐다고 보기보다는 지난 30년간 진행된 세계화의 흐름이 바뀌면서 나타난 근원적인 변화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과거에 잘했다고 앞으로 잘한다는 보장이 없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장시간이 소요되는 원인분석에 집중하기보다 기민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것을 우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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