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항우연 집안싸움 만큼 걱정되는 우주청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2.12.28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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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 보름 넘게 반으로 쪼개져 '반목'
'발사체 조직' 별도 관리해온 부처, 갈등 조정능력 부재
범부처 정책 조정할 '우주청' 운영가능하겠냐 우려도

김인한 머니투데이 과학기자. / 사진=머니투데이DB김인한 머니투데이 과학기자. / 사진=머니투데이DB


최근 과학계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듣는 말이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갑자기 왜 그래요?"라는 물음이다. 그 질문에 '갑자기 일어난 집안싸움'으로 설명하기엔 충분치 않다. 오랜 기간 한정된 '인력'으로 로켓(발사체)을 개발해오면서 조직을 반으로 갈라온 '시스템'이 갈등의 근원이어서다.

항우연은 보름 넘게 '발사체 조직개편' 이슈로 기관내부가 반목하고 있다. 270명에 불과한 발사체 인력이 여러 연구에 참여하려면 조직개편(발사체연구소 신설)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측은 발사체연구소 산하에 사업단이 운영되면 개발 독립성이 흔들린다며 보직 사퇴를 표명했다.



문제는 '인력'이다. 연구진이 풍부했다면 기관은 미래 대비 차원에서 시스템 변화를 꾀할 필요가 없다. 고 본부장 입장에서도 그간 하나부터 열까지 기술을 자립하는 노력에 더해 연구진을 '재사용 발사체'와 같은 미래 연구개발에 투입했을 수 있다. 한정된 인력과 낮은 처우에도 국내 우주개발을 이끌어온 항우연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또다른 문제는 '시스템'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0년부터 '운영관리지침'에 따라 발사체 조직을 별도 관리하면서 본부장 임면권을 가졌다. 발사체 조직이 항우연 소속이지만 발사체 조직만 따로 노는 시스템이 형성된 것이다. 현재로선 양측의 주장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답없는 논의'인 만큼 부처의 중재나 조정 능력이 요구되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의 부족한 기획·조정 능력은 또다른 우려로 이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한 우주항공청이다. 현재 우주청은 과기정통부 산하 청 형태가 유력하다. 과학계는 우주청이 특정 부처 산하에 갈 경우 범부처 정책을 기획·조정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항우연 내부 갈등을 보름 넘게 수습하지 못한 상황에서 더욱 광범위하고 복잡다단한 범부처 이슈를 조정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우주청 설립 논의가 반년이 넘었는데도 조직·기능·인력 구성에 대한 형태도 아직 알려진 바 없다. 국내 우주개발 특성상 우주청 개청에는 민간보다 여전히 국책연구기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논의도 활발하지 않다. 이젠 과기정통부가 항우연 내부 갈등 중재와 우주청 운영에 대한 의구심에 응답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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