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 사진=뉴스1
24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내부 갈등을 촉발한 발사체 조직 개편 필요성은 2018년 이후 꾸준히 제기됐다. 앞서 이상률 원장은 지난 12일 발사체연구소를 신설하며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내년부터 다수의 발사체 연구개발이 시작되는 만큼 이를 효율적으로 대비하자는 목적이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이 원장은 기존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를 발사체연구소로 흡수하고, 연구소 산하에 차세대 발사체 사업단과 고도화사업단 등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기존 누리호만 개발하던 전문인력 270여명이 다양한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매트릭스 구조를 만든 것이다.
항우연 조직개편 전후. /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우연 조직개편 이슈 '갑툭튀' 아니다이번 발사체 조직개편 필요성은 이른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이슈는 아니다. 특히 임철호 전 원장(2018.01~2021.01)도 동일한 조직 개편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전례가 있다. 항우연 연구개발 분야는 크게 '발사체-인공위성-항공' 3가지로 나뉜다. 발사체를 제외한 두 분야는 위성연구소와 항공연구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달리 발사체는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로 독자 조직처럼 움직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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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과 항공기 등은 발사체 분야보다 산업 규모가 크다. 연구개발 수요가 발사체보다 더 많았다. 그걸 대비하려면 한정된 인력으로 2~3개 이상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했다. 위성과 항공은 이미 연구소 체제로 조직을 개편해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는 '매트릭스 구조'로 운영돼왔다.
반면 발사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기술로, 하나부터 열까지 독자개발하는 숙명을 지닌다. 해외로부터 기술을 가져올 수 없어 한 가지 연구개발 사업에만 매진했다. 2단 발사체 나로호(KSLV-I) 사업(2002.08~2013.04)이 끝날 쯤 3단 발사체 누리호 사업(2010.03~2023.06)이 시작된 이유다. 기술개발 하나가 끝나면 다음 기술을 개발하는 식이었다.
"나로호 실패 책임져" 그때 정부 불신 집안싸움 시발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내부 갈등 원인. /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이 구조는 나로호 실패 때 만들어졌다. 나로호는 2002년 8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총 5025억원이 투입됐다. 1·2차 발사 실패(2009.08·2010.06)를 딛고 3차 시도(2013.01) 만에 발사에 성공했다. 그러나 당시 항우연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과기정통부 전신)는 나로호 발사 책임을 물었다.
그 과정에서 나로호 실패 책임을 지고 이주진 전 원장(2008.12~2011.02)이 중도 사퇴했다. 또 교과부는 항우연 내부 인원으로만 발사체를 개발하니 외부 기술이 결집될 수 없다고 봤다. 그래서 누리호를 개발하는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은 개방형 사업단(외부 독립기관)으로 조정했다. 외부 독립기관처럼 두면서 사업단장은 항우연이 아닌 과기정통부가 선임하도록 운영관리지침을 만든 것이다.
운영관리지침 취지는 개발 독립성 확보였다. 임기 3년인 항우연 원장이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를 흔들지 못하도록 부처가 인사 관리하는 목적이었다. 발사체본부는 초기 4년 외부 출신 박태학 국방과학연구소(ADD) 박사가 이끌다가 2015년부터 내부 출신 고 본부장이 맡기 시작했다.
외부 인사가 조직을 이끌면서 한계가 존재했고, 과기정통부는 운영관리지침을 개정해 발사체본부를 내부 조직으로 재개편했다. 다만 본부장 임면권은 여전히 부처가 쥐도록했다. 이 때문에 발사체 조직이 현재는 원장을 패싱하는 조직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항우연 소속이지만 원장 밖의 조직이라는 비판이다.
현재 조직개편을 통해 인력을 효율화하자는 이 원장 측 주장과 발사체 연구개발 특성상 그럴 수 없다는 고 본부장 측 반발이 평행선을 달린다. 과학계에선 '항우연 운영관리지침'으로 이번 사태를 초래한 과기정통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장·차관이 직접 갈등을 조율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