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준환 증권부 차장
바흐는 음악가 지위를 크게 올린 인물로도 꼽힌다. 바로크 시대 음악가들은 궁정이나 교회에 고용돼 미사나 대관식, 무도회 같은 크고 작은 행사에 동원됐는데 급여는 물론 지위도 낮아 함부로 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늦은 밤이나 새벽, 변덕스런 귀족의 요구에 언제든 응해야 했다.
지난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차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선거가 있었다.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이 제6대 금투협회장에 선출됐다. 신임 서 회장은 1988년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으로 입사해 급변해온 한국 자본시장의 흐름을 함께 한 명실상부한 전문가다. 마케팅, 영업, 자산운용, 퇴직연금은 물론 상장지수펀드(ETF) 업무까지 꿰뚫고 있으며 증권과 자산운용 양쪽의 이해와 요구를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서 회장에 주어진 책임은 막중하다. 한국거래소가 큰 역할을 하지만 사실 회원사나 투자자 권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금투협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금투협의 책임과 권한이 크다. 라임, 옵티머스 펀드의 도덕적 해이문제는 아직도 씁쓸한 뒷 맛이 남아있다. 유명했던 투자대가와 증권사 임직원들이 불법투자 의혹으로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업계 신인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회원사 문제도 금투협회장에게 남겨진 숙제 중 하나다. 금투협 회원사만 556곳, 업계 임직원이 5만5000명 이상인데 금융시장이 흔들리며 적잖은 회원사들이 위기에 몰려있다. 증권 구조조정과 벤쳐캐피탈 돈맥경화, 부동산 금융부실화는 이미 뉴스도 아니다. 시장 존립 기반인 1000만명이 넘는 주식투자자들의 상황도 좋지 못하다. 여기에 금융투자소득세에 대체거래소 이슈까지 신임 회장 임기 내에 해결해야 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서 회장은 역대 금투협회장 가운데 가장 어려운 시기에 취임하게 됐다. 임기를 마치는 2025년말 한국증시와 자본시장은 현재의 위기를 넘어 한 발 더 성장해 있을 것이 분명하다. 바흐까지는 아니어도 한국자본시장이 위기를 넘어 새로운 도약판을 마련하는데 큰 획을 그은 조력자라는 평가가 퇴임식장의 서 회장에 남겨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