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DREAM,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에이치오티는 현진영에 이어 SM이 발굴한 대어였다. 그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폭풍에 따른 충격을 대중이 채 추스리기도 전에 불어닥친 가요계의 후폭풍이었다. 한 가지 재밌는 건 현진영을 보며 무대 퍼포먼스 아이디어를 얻은 서태지를 이수만이 연구한 끝에 나온 팀이 에이치오티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은 현재 SM 체제, 나아가 한국 아이돌 시스템의 사실상 출발점이었다. 그 이유는 서태지와 아이들은 서태지라는 한 사람이 멤버를 모으고 음악을 비롯한 팀의 모든 걸 통제해나간 반면, 에이치오티는 이수만이라는 프로듀서의 통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 통제(프로듀싱) 안에는 작곡자와 안무가 섭외, 콘셉트 설정과 캐스팅이라는 지금 아이돌 시스템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과정이 모두 포함됐다. 차이라면 멤버가 본격 다국적 편성이 아니었다는 점, 팬들의 응원도 온라인 댓글보단 오프라인의 피켓과 함성이었다는 점 정도일까, 기획사의 기획 아래 활동한다는 본질에선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0년 사이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보여줬듯 같은 40대여도 3~4살 차이를 두고 굳이 '서태지 세대'와 '에이치오티 세대'를 나누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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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y'는 장용진이라는 인물이 작사와 작곡, 편곡까지 모두 한 곡이다. 1978년생으로 문희준, 장우혁, 토니 안과 동갑내기인 그는 'Candy'를 고등학생 때 만들었다. 한때 에이치오티의 멤버로 영입될 뻔했다는 장용진은 유피의 '뿌요뿌요'와 '바다', 태사자의 '도', 사준의 '메모리즈' 등을 발표하며 90년대 후반 송라이터로서 큰 주목을 받았다(에이치오티의 '행복'도 그의 곡이다). 장용진은 현재 영화음악 감독 및 교육자(경일대학교 K-방송예술학부) 길을 걷고 있다.
그렇게 26년이 지났다. 그리고 세기말 한국 여학생들의 마음을 뒤흔든 'Candy'는 같은 소속사의 까마득한 후배 보이밴드인 NCT 드림이 리메이크해 다시 대중 앞으로 왔다(이재원은 '복면가왕'에서 에이치오티 데뷔 26주년을 기념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NCT 드림 입장에선 이승환의 '덩크슛'에 이은 또 하나의 90년대 리메이크다. NCT 드림의 'Candy'는 에이치오티의 'Candy'와 같은 듯 다르다. 먼저 의상에서 그렇다. 애초 'Candy'의 의상 콘셉트는 다양한 맛과 색의 사탕 봉지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문희준은 노랑과 유머, 강타는 초록과 외모(Handsome), 장우혁은 파랑과 거친(Tough) 매력, 토니 안은 빨강과 무드, 이재원은 주황과 샤이(Shy)한 이미지로 설정됐다. NCT 드림은 선배들의 콘셉트를 가져가면서도(해찬은 문희준, 천러는 강타, 제노는 장우혁, 재민은 토니 안, 런쥔은 이재원을 따랐다) 멤버가 두 사람 더 있는 만큼 마크는 아쿠아색, 지성은 흰색을 취하며 원조 콘셉트를 살짝 비틀었다. 옷도 아이스하키복을 연상시켰던 선배들의 오버핏 후드티보다 좀 더 자유분방한 모습이고, 그 시절 유행한 벙어리장갑은 양손이 아닌 한 손에만 끼는 것으로 반만 모방했다. 모자에선 장우혁의 버킷햇이 제노의 트래퍼 햇으로 대체됐고, 문희준의 선바이저는 천러의 머리 위에서 색깔만 달리해 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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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DREAM,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춤은 NCT 드림 쪽이 더 현란하고 절도 있는 군무 동선을 그려내는 한편, 과거 에이치오티 안무를 짠 박재준의 일명 망치춤과 파워레이서 춤도 간간이 곁들이며 원곡을 향한 오마주를 놓치지 않았다. 쉽게 말하자면 'We Go Up'의 힙합 바운스보단 'We Young'의 청량감 넘치는 댄스를 이들은 'Candy'에 응용한 셈이다. 이러한 노래와 춤의 미세한 차이는 뮤직비디오의 차이로까지 이어져 단순히 촬영 세트장 하나만으로도 NCT 드림의 것은 이미 선배들 것을 압도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에이치오티의 뮤직비디오는 놀이공원에서의 춤(이 모습은 영상 막바지에 NCT 드림도 흉내낸다)과 서양 여성 사이 교차 편집 및 비디오카메라에 대기실, 공연장, 팬들 모습을 담는 선에서 영상의 서사를 매듭 지은 반면, NCT 드림은 동화 같은 세트와 노란 스크린,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채운 집 거실은 물론 90년대 오락실에 있던 DDR과 아케이드 게임, 느리고 불편했던 8비트 컴퓨터 감성까지 군데군데 새기면서 이 리메이크가 겨냥하고 있는 또 하나의 팬덤(30~40대)까지 치밀하게 배려했다.
이런 'Candy'를 편곡한 사람은 SM의 터주대감 켄지다. 켄지는 뉴 잭 스윙 풍 비트와 화창한 보컬 멜로디 등 원곡을 거의 손대지 않으면서도 원곡에 없던 펀치감과 구성상 입체감을 녹여 곡의 26주년을 기념했다. 구체적으론 신시사이저로 강한 당김음(싱커페이션)을 구사해 임팩트를 주거나 프리 코러스와 브리지에 느슨하고 세련된 긴장을 새기는 것이다. 뉴트로라는 말이 지나간 옛것(Retro)을 통해 그걸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이 새로운(New) 재미를 발견하는 현상임을 감안할 때 켄지는 뉴트로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한 편곡을 엮어냈다. 이렇게 2022년의 끝자락에서 지난 한 세대의 낭만적 추억이 또 다른 세대의 감성적 패션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