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정체성의 위기…시대 반영한 '포스트소셜 사회론' 필수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2022.12.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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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사진=이기범 기자 leekb@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스마트폰의 등장, 모바일 혁명 등 정보통신기술은 SNS 생태계를 급격하게 성장시키며 새로운 소통혁명을 가져왔다. 많은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부정적 영향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는 벌써부터 포스트소셜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할 것을 요구한다.

16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항공대학교에서 '새로운 현실, 새로운 사회학: 동양사회사상적 접근'을 주제로 열린 '2022년 동양사회사상학회 정기 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김문조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사물이 인간관계의 동반자나 매개자로 참여하거나 생활환경에 접목돼 인류의 활동 무대로 여겨졌던 사회 세계에 사물의 세계가 대거 침습하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종전의 인간중심주의적 지식체계가 소외시켜왔던 모든 비인간 존재자를 인간과 대등한 관계로 끌어올리자는 것이 포스트소셜 사회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선 산업화 시대는 공업화, 도시화, 세속화 등이 특징이었다면 탈산업 정보사회는 정보화, 지구화, 개인화로 대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탈산업 정보사회의 연장선상에 있는 포스트소셜 사회의 거시적 동향을 추론하면 가상현실의 등장으로 실제 현실의 독점적 지위가 상실되는 '탈실재화', 인간 이외의 사유적 존재가 출현해 현존 인간의 위상이 도전받는 '탈인간화, 사실에 입각한 객관적 지식의 정당성이 약화되는 '탈진실화'로 말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포스트소셜 사회는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이 MR(혼합현실), AR(증강현실), XR(확장현실)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복합적 현실로 구현되는 혼합현실(blended reality) 지향 △현생 인류에게 주어졌던 지적 능력을 대행할 수 있는 지능화된 기구의 등장으로 인간·비인간 복합체가 세상을 움직이는 주역으로 합류하는 포스트휴먼(posthuman) 단계로의 이행 △객관적 사실의 권위가 쇠퇴하는 탈진실화와 그 비인지적 영역으로의 확장으로 올바른 것이 존중받지 못하는 탈진정성(post-authenticity)을 표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포스트소셜 사회에서는 복잡성과 역동성 증가로 인한 사회질서의 파국적 혼돈, 인간과 비인간 혼성체 출현에 따른 인간 정체성 위기, 유기체적 생명관과 정보적 생명관 충돌 현실원리를 대체하는 새로운 행위 원리의 출현이 사회체계의 존립이나 향방을 좌우하는 난제로 대두할 것으로 예견된다.

김 교수는 "구조적 결정성의 와해로 혼돈이 가중되고 현생 인류가 아닌 존재들도 인간처럼 취급되며 자동생산성을 견지하는 만물이 생명체로 간주되고 현실계를 넘어선 상상계도 욕구 생성의 산실로 병합되는 새로운 사회 현실은 높은 자유도를 전제로 한 대안적 독법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신문명 시대의 도전에 대한 사회학적 대응은 탈인간 중심주의 및 관계 중심적 통찰에 입각한 새로운 각성을 요한다"며 "그것은 요소 중심적 사고의 유제를 떨쳐버리지 못한 현존 사회학이 급변하는 사회 현실을 따르지 못하는 '학문적 지체' 상태를 벗어나 연결성 테제를 근간으로 한 포스트소셜 사회론으로 거듭나야 함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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