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영풍 그룹 계열사다. 현재도 영풍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3분기말 26.11%)다. 창업 이후 장씨 일가가 전자계열을,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 등 비전자계열의 경영을 맡기로 했던 암묵적인 합의가 유지돼 왔다.
당시 37억원에 비하면 이번 영풍 측의 고려아연 지분 매입량은 훨씬 커서 두 일가가 지분 경쟁에 본격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대주주가 현재 영풍인만큼 최씨 일가의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율은 장씨 일가 측에 비해 적다. 다만 재계에서는 향후 고려아연도 지분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미 한화그룹을 우호 세력으로 합류시켰다. 지난 8월 고려아연이 한화그룹과 신사업 분야 사업 제휴를 맺으면서 당시 한화계열 한화H2에너지USA가 고려아연 지분 5%를, 한화임팩트가 고려아연 지분 1.88%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활용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지난 11월 LG화학과 (주)한화는 23일 고려아연과 각각 LG화학이 2576억원, (주)한화가 1580억원(추정) 규모 자사주를 맞교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양사는 고려아연과 각각 미래 성장동력 사업에 대한 협력 MOU(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지분스왑으로 LG화학은 고려아연 지분 1.94%를, (주)한화는 1.2%를 각각 확보했다. 이밖에 금융권, 외국인 투자자 등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번 지분 매입 전 영풍을 비롯한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1.36%,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1.72%) 등 최씨 측 고려아연 지분율은 14.83%다. 여기에 한화 측 지분율 8.08%, LG화학 1.94%, 고려아연과 지분스왑한 트라피구라 지분율 1.56%를 더하면 26.41%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한편 고려아연은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어 최윤범 회장 승진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이사진 전원이 승진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승진과 동시에 고려아연이 현재 신사업으로 내걸고 있는 이차전지 소재사업,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사업, 자원순환 사업 등을 가속화하는 것은 물론 영풍과의 지분정리를 과제로 안게 됐다.
이사회는 올해 3분기말 기준 총 11인으로 사내이사가 4명, 기타 비상무이사가 1명, 사외이사가 6명이다. 장형진 영풍 대표이사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중인 것을 제외하면 사내이사는 모두 최윤범 회장 측 이사라고 할 수 있다. 장 회장은 장병희 영풍그룹 창업주의 차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