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고준위 방폐장 유치한 비결요?" 핀란드 시장의 대답은

머니투데이 조규희 기자 2022.12.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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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사 라까니에미 핀란드 에우라요키 시장. /사진=조규희 기자베사 라까니에미 핀란드 에우라요키 시장. /사진=조규희 기자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절대 '비밀'은 없습니다. 정보 공개가 핵심입니다."

핀란드 에우라요키의 베사 라까니에미 시장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주민과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전 세계 최초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고준위 방폐장) 유치에 성공한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주한 핀란드대사관에서 만난 라까니에미 시장은 "고준위 방폐장에 대해 지역주민이 알고 싶어하는 모든 정보가 제공된다"며 "전문가나 관련 단체가 이메일을 통해 질문해도 신속하게 답변한다"고 말했다.

에우라요키 소재 올킬루오토 섬은 지하 450m 깊이에 사용후핵연료 6500톤을 처분할 수 있는 고준위 방폐장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 내년 시험 운영을 시작으로 2025년부터 본격 운영된다.



1977년 첫 원자력발전소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핀란드에선 현재 5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1978년부터 고준위 방폐장 마련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1990년부터 사용후핵연료의 해외 반출이 법적으로 불가능해지면서 자국내 처분장 마련에 속도를 냈다.

라까니에미 시장은 "1978년부터 처분장 부지 선정을 위한 문헌 조사와 함께 처분장 건설을 위한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고 1990년도부터 법적으로 사용후핵연료의 해외 반출이 금지되면서 핀란드 내부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전문가들이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관한 논의 끝에 처분장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국회와 정부는 정치적 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베사 라까니에미 핀란드 에우라요키 시장. /사진=조규희 기자베사 라까니에미 핀란드 에우라요키 시장. /사진=조규희 기자
전문가 논의와 정부의 결정이라는 단순한 의사결정 구조로 보이지만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다. 라까니에미 시장은 "원전 관련 안전성을 확인하고 개선하며 입증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신뢰도가 높아졌다"며 "원전 운영 기업과 관련 기관은 언제나 투명한 정보 공개와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우라요키에는 고준위 방폐장 뿐 아니라 원전도 있다. 에우라요키 시민들은 정기적으로 원전 운영 등에 관한 뉴스레터를 받는다. 정보 제공을 위한 세미나와 주민 공청회가 수시로 열리고 지역주민, 전문가, 관련 단체가 요구하는 모든 정보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소통도 활발하다.

이같은 40년간의 소통과 축적된 주민 신뢰를 바탕으로 에우라요키 시당국은 고준위 방폐장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에우라요키 시당국에 따르면 지역 의회의 처분장 건설 투표에서 20표의 찬성과 환경과 위험성을 이유로 7표의 반대가 있었다. 라까니에미 시장은 "한국의 원전 기술력은 세계적으로도 입증된 만큼 처분장 운영 등에 관한 기술적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관련 기관은 신뢰 향상과 정보 공개를 원칙으로 하면서 국민은 '오픈 마인드'(개방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에우라요키에 처분장이 들어서고 운영되고 있지만 세금 감면, 전기요금 인하 등 지역주민을 위한 직접적 지원은 없다. 라까니에미 시장은 "에우라요키 시민들이 받는 직접적 혜택은 없고, 시민들도 요구하지 않는다"며 "시는 오로지 원전 운영사와 처분장 운영사로부터 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을 거둬들이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시민 복지를 증진하는 등의 정책을 펼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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