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요구 반대" IRA 주도한 美의원, 전기차 보조금 차별 고집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2.12.1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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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키맨' 맨친 "상용 전기차 범위 확대해석 안 돼"…블룸버그 "맨친과 현대차의 전투 시작"

조 맨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AFPBBNews=뉴스1조 맨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AFPBBNews=뉴스1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이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를 놓고 한국 측이 제시한 해결 방안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맨친 의원이 미 의회에서 캐스팅보트(결정권)를 쥐고 있는 만큼 IRA 문제 해결까지 진통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를 렌터카나 리스, 공유 차량 등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시행된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971만원)에 이르는 세액공제 방식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내년부터는 미국산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하는 조건이 추가되는데, 상업용 친환경 차량은 이런 복잡한 요건들을 충족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한국 정부와 현대·기아차는 이달 초 미 행정부에 제출한 2차 정부 의견서를 통해 렌터카나 리스 차량으로 쓰이는 전기차도 상업용 친환경차로 폭넓게 인정해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렌트·리스 등 임대 기간이 끝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중고차에 적용되는 최대 4000달러(약 519만원)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맨친 의원은 "유감스럽게도 일부 자동차 회사와 외국 정부가 렌터카, 리스차량, (우버와 리프트에 사용되는) 공유차량이 (보조금) 7500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조항에 대한 광범위한 해석을 요청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것은 엄격한 생산지 요건을 우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이 차량들에까지 보조금 혜택을 준다면 그들은 북미 지역 투자를 늘리지 않고 기존처럼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더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맨친 의원은 "(상업용 친환경차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그것은 상업적 용도에 국한돼야 하고, 미 재무부는 의회의 (입법) 취지를 따라야 한다"며 "리스, 렌터카, 공유 목적으로 사용되는 차량에는 적용하지 않는 지침을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맨친 의원의 '입김'은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한국 정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 내 야당'으로 통하는 맨친 의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대 50을 양분한 상원 구조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공화당 성향의 웨스트버지니아주를 지역구로 둔 맨친 의원은 번번이 민주당의 현안에 제동을 걸어왔다. IRA의 모태인 더 나은 재건(BBB·Build Back Better) 법안을 끈질기게 반대한 인물이기도 하다.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가 IRA 제정을 위해 맨친 의원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막판 밀실 협상을 진행했고, 이때 '북미 최종 조립' 단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현대차 (247,500원 ▼2,500 -1.00%)와 한국 정부는 IRA를 수정하거나 조정하기 위해 공격적인 로비를 펼치고 있다"면서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놓고 맨친 의원과 현대차가 '전투'를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상원 의석 100석 중 51석을 확보한 만큼 내년 새로운 회기부턴 맨친 의원의 영향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중도보수 성향인 키어스틴 시너마 의원(애리조나)이 최근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남은 것이 변수다.

미 재무부는 IRA 세부 규정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올 연말까지 구체적인 법안 시행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백악관은 동맹들과의 협의를 통해 IRA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수정을 위해 법안을 의회로 되돌려 보낼 계획이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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