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왜 만드나"…거의 매년 추경 때마다 재정준칙 예외?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2.12.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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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2.11.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2.11.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에 제출된 재정준칙 도입 법안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요건 충족 시 재정준칙 적용을 피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둬 자칫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10년 동안 정부가 거의 매년 추경을 편성한 점에 비춰볼 때 재정준칙 적용 예외 사례가 지나치게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준칙은 나랏빚이 급격하게 불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한 기준을 담은 규칙이다.

5일 국회에 따르면 김일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공개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에서 이런 우려를 제기했다.



해당 검토보고 대상 법안은 지난 9월 20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국회 기재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다. 정부는 이보다 앞서 9월 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재정준칙 도입 계획을 밝혔는데 이를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정부 대신 박 의원이 발의했다.

박 의원이 개정안에 담은 재정준칙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이내 관리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초과 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2% 이내로 유지 등을 골자로 한다.



기재위는 검토보고에서 재정건전화 실효성 제고 등을 위해 재정준칙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개정안에 담긴 세부 내용을 일부 지적하며 개선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우선 기재위는 개정안이 국가재정법상 추경안 편성 요건(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등)에 충족할 경우 재정준칙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것을 지적했다. 해당 예외 규정이 재정준칙의 유연성을 도모하려는 취지인 것은 이해되지만 최근 정부의 잦은 추경 편성을 고려하면 자칫 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위는 최근 10년(2013~2022년) 중 2014년을 제외한 9년 동안 추경이 편성된 점을 언급하며 "추경안 편성 시 재정준칙을 배제하게 되면 개정안의 입법 취지와는 다르게 재정준칙 도입 의미가 없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박대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재위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19.[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박대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재위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19.
기재위는 국가채무 기준을 D1(중앙·지방정부 채무)으로 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개정안이 재정준칙 기준으로 '국가채무비율 60%'를 제시한 것은 해외 상당수 국가 사례를 참고했기 때문인데 해당 국가의 채무준칙 60%는 D1이 아닌 D2(D1+비영리공공기관 부채)를 기준으로 했다는 것이다. 기재위는 "국가채무의 국제적 기준은 IMF(국제통화기금)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규정한 D2"라며 "D1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비영리공공기관 부채가 계상되지 않아 실질적인 국가의 채무를 과소평가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밖에 기재위는 재정정책 유연성 저하, 복지지출 제약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위는 "재정준칙으로 국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하지 못할 경우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고 이것이 다시 재정수지 적자폭을 확대하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개정안은 재정수입 증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강력한 지출제한을 규정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복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지출이 제약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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