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이사장 "증시 선진화·시장활성화에 주력할 것"

머니투데이 대담 = 반준환 증권부 차장, 정리 김지성 기자 2022.12.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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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인터뷰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자본시장의 수장으로 불리는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에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거쳐갔다. 1956년 출범한 대한증권거래소 시절을 포함해 현재까지 28명의 이사장이 있었는데 증권업계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해 경제관료, 명망높은 학계인사가 다수 있었다. 이들 가운데 현임 손병두 이사장은 시장 이해도와 업무 전문성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로 꼽힌다. 그가 취임한 2020년 12월 이후 자본시장이 빅 웨이브급 변화를 겪고 있는데 거래소의 정책적 대응과 위기 관리능력이 몰라보게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돌파한 이후 급격한 조정을 밟는 과정에서 기준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원자재 인플레이션 등 악재가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공매도 규제를 비롯해 기업분할 논란, 소액주주 운동, ESG(환경, 사회적책임, 투명한 지배구조) 활동증가, 해외주식투자 확대 등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는데 거래소가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많다.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편입도 해묵은 과제다. 거래소 역할확대와 조직 활성화도 이슈 중 하나다. 손 이사장을 만나 생각을 들어봤다.



-취임한지 2년이 됐다. 그간 성과는
▶거래소 조직을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살아있는 젊은 조직으로 바꿔나가는 노력했고 성과도 있었다고 본다. 올해는 자본시장 썰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양적 성장의 그림자를 개선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시장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임원 주식 의무보유 강화 방안과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관련 주주 권익 제고 방안을 마련한 것이 일례다. 이런 노력은 바로 가시화하지 않더라도 다시 시장에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잘 젓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자본시장 선진화는 어떻게 보나.
▶우리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세계 13위 수준으로 외형적으로 볼 때 상당한 수준의 양적 성장을 달성했다. 다만 질적·제도적 측면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 선진화라 함은 결국 선진국 시장 모습과 비슷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환시장이나 배당절차, 영문공시 등 주요 해외단체나 기관투자자들이 지적하는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해선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안정적으로 투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법 행위에 대해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일관성 있게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규제가 적절한 지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는 노력도 동반돼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2000년부터 지적돼 왔으나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예전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부각됐다면 최근에는 비지배주주 보호와 같은 기업지배구조 이슈가 두드러진다. 우리 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모델과 공정한 금융질서 확립이 필요하다.


거래소는 유망 사업부문을 분할해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과 같이 모회사 주주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물적분할로 설립된 자회사가 상장할 때 주주보호 노력을 심사 항목에 추가했다. 또 국제기준과 기업 실정을 고려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마련, 지배구조 불투명성을 완화하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MSCI 선진지수 편입도 오래된 숙제인데.
▶페르난데즈 MSCI 회장이 11월 중순 방한해 얘기를 나눴다. 회장은 기관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서의 투자가 불편하지 않다'고 해야 MSCI가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다고 하더라. MSCI는 외환시장 거래편의성 확대나 외국인 투자등록제도, 파생상품 해외시장 규제 등을 한국의 선진지수 편입 걸림돌로 언급해 왔다.

MSCI 선진지수 편입은 중장기적인 투자자금의 질 고도화와 증시 유동성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시도해야 하는 정책 과제다.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외환거래 자유화와 영문정보 확대, 배당관행 개선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공매도 전면 개방은 정부, 학계, 업계 등과 심도 있는 논의와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20주년을 맞았다.
▶글로벌 긴축으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현상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ETF 규모는 축소했다. 지난해 10조달러 수준에서 올해 9월 기준 8조1000억달러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환경 변화로 성장은 둔화됐지만 국내 ETF 시장은 다양한 상품 라인업으로 여전히 증가세다. 국내 ETF 시장 규모는 지난해 74조원에서 올해 80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기 때문에 상승 여력은 여전히 크다고 생각한다. 거래소는 투자자 니즈에 맞추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지난해 액티브·테마형 ETF가 인기였다면 올해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월분배형이나 존속기한이 있는 채권형 등 새로운 유형의 ETF 상품이 상장됐다. 상해거래소와 협력을 통해 한·중 공동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도 연내 상장할 예정이다.

-데이터 경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거래소의 정보사업 개선 방향은.
▶거래소는 데이터의 보고다. 우리가 충분히 이익을 향유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거래소 데이터 사업 대부분은 코스콤 위탁이기 때문에 코스콤의 역량을 같이 끌어올려야 한다. 데이터에 기반한 투자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데이터 사업조직의 전문성 강화와 해외거래소 등과 협업을 통해 정보사업 기반을 확고히하려 한다.

지난 8월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서비스를 시작했다. 데이터를 일방적으로 전송받는 게 아니라 사용자 니즈에 맞게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투자자가 직접 데이터를 조합하고 분석하는 툴을 사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최근 도입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제도에 기대가 크다.
▶코스닥 시장이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코스피 2부 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에서 시작됐다. 미국 나스닥에도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라는 프리미어리그를 만들어서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나스닥 대표 기업이 미국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이 됐다. 그렇게 구축된 나스닥 브랜드 가치를 모든 나스닥 상장사가 공유한다.

글로벌 세그먼트 도입으로 코스닥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 전체 코스닥 기업의 평판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낙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500여개 코스닥 기업 중 51개 기업이 편입될 것이기 때문에 포함되지 못한 기업의 상실감에 대한 우려보다는 선순환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침체돼 있는 코넥스 시장 활성화도 숙제로 거론된다.
▶지난해 코넥스에 신규 상장한 기업이 7개사에 그쳤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2배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을 완료한 6개사 외에 6개사가 추가로 신규 상장을 청구해 심사 중이다. 연내 12~15개사가 상장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코넥스 시장의 중장기 발전방안 모색과 정책과제 발굴을 위해 전문가 포럼을 신설해 업계, 학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사진제공=한국거래소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사진제공=한국거래소
-불법 리딩방 피해가 상당해 거래소의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시장감시본부 요원들이 직접 리딩방 서비스에 가입을 해 암행감시를 하기도 하고 검찰과 금융위원회 등과 합동 단속을 벌이는 등 입체적인 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 리딩방에서 추천 권유가 많은 종목은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해 자세히 살핀다. 최근에는 불법투자자문 예방을 위한 공익캠페인도 벌였다. 향후에도 유관기관 합동 점검체계를 운영하고 시장감시 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1월 중소기업리서치센터를 설립했는데 반응이 좋아 보인다.
▶우수 리서치 인력 채용으로 자체 경쟁력을 확보했다. 거래소를 비롯해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 IR협의회 등 출연기관의 지원도 이어져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본다. 올해 양적 목표인 중소형 기업 리서치 보고서 600건 발간은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인소싱(자체생산) 보고서를 올해보다 150% 확대할 예정이다. 서면 리포트 외 유튜브 등 다양한 전달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ESG 활성화도 중요 이슈중 하나다.
▶지난해 공공 ESG 종합정보 플랫폼을 개시해 ESG 정보공개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고 ESG 지원팀을 부서로 승격해 기반을 마련했다. ESG 평가등급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도 2개사에서 5개사로 확대됐다. 보고서 요약본, 기업별 ESG 뉴스 정보 등 다양한 콘텐트도 제공했다. 내년에는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를 개편해 발표할 예정이다.

-대체거래소(ATS) 설립에 대한 관심이 높다.
▶ATS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러 시장 운영체계에서도 안정적인 시장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ATS와 경쟁하는 동시해 협력을 병행할 것이다. 주문 속도나 수수료 면에서는 경쟁을 통해 투자자 편익이 증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감시, 청산결제와 같이 시장간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협조해 투자자 보호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남은 임기 동안 역점 둘 사업은.
▶금융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현상'과 디지털 전환 변화에 맞춰 거래소도 디지털 증권시장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식·채권처럼 표준화되지 않은 비정형적 증권이 간편하게 유통될 수 있는 혁신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다. 또 우리 자본시장의 위상에 걸맞게 제도 개선을 통해 제질을 전환해 갈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이 우리 증시를 통해 상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 선진화를 추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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