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긴축 완화, 증시엔 강세 신호…그럼에도 낙관론자는 추격 매수 자제 권고[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2.12.0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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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제롬 파월 연준 의장


제롬 파월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2월 회의 때부터 금리 인상폭을 낮출 수 있다고 밝히자 미국 증시가 30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2.2%, S&P500지수는 3.1%, 나스닥지수는 4.4% 급등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제한적인 (금리)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만큼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하는 시점은 빠르면 12월 회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에 기술적인 강세 신호도 잇달아 나타났다.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지난 9월30일에 기록한 저점 대비 20.4% 올라 강세장에 진입했다. 기술적으로 고점 대비 20% 하락은 침체장, 20% 상승은 강세장으로 정의된다.



다만 이는 기술적인 기준일 뿐이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8월에 전 저점 대비 20% 이상 급등해 강세장 진입 신호를 나타냈으나 10월에 전 저점 밑으로 추락했다.

연준의 긴축 완화, 증시엔 강세 신호…그럼에도 낙관론자는 추격 매수 자제 권고[오미주]
이날 S&P500지수는 4080.11로 마감하며 지난 4월7일 이후 처음으로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S&P50지수는 162거래일 동안 200일 이동평균선 밑에 머물러 있었다. 이는 2009년 5월까지 이어진 200일 이동평균선 하회 기록 이후 최장기이다.


200일 이동평균선은 시장의 장기적인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에 20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섰다는 것은 증시 방향이 상승세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지난 8월 중순까지 여름 랠리 때는 S&P500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몇 포인트 남기고 아깝게 상향 돌파하지 못했다.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이란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서 좀더 완만한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증시에선 강세 신호가 나타났지만 이날 월가 대표적인 낙관론자는 투자자들에게 추격 매수를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JP모간의 최고 글로벌 시장 전략가인 마르코 콜라노빅은 이날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타격이 내년 초 경제와 기업 실적, 주가에 나타날 것이라며 저가 매수를 중단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과잉 긴축의 결과로 금융시장과 경제가 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믿는다"며 "금리가 올라간 상황에서 기업들의 실적이 상당폭 하향 조정되면서 증시는 전 저점을 다시 시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같은 시장 하락세는 지금부터 내년 1분기 사이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리가 올라가면 주가수익비율(PER)은 내려가게 된다. 기업의 미래 가치를 금리로 할인한 현재 가치가 줄기 때문이다.

콜라노빅은 "2023년에 리스크 시장은 2개의 시기로 구분될 것"이라며 "시장 혼란과 경제 하강으로 금리가 인하되는 시기와 뒤이어 경제와 자산 가격이 회복하는 시기"라고 전망했다.

이어 "연준을 정책 전환(금리 인하)에 나서게 할 만한 조정의 폭이 어느 정도일지, 내년에 정책 전환이 일어나는 시기가 언제일지가 시장의 결정적 변수"라고 밝혔다.

콜라노빅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증시가 급락할 때 주식 매수를 권한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하나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올해는 낙관론을 유지하다 전망이 빗나갔다.

특히 올 여름 랠리를 정확히 예측하긴 했으나 그 랠리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낙관하다 다시 공수표를 날리게 됐다.

올 하반기 들어서는 신중론으로 입장을 선회해 최근 랠리 때도 주식 비중 축소를 조언했다.

그는 "올해 늦여름까지 우리는 상당 수준의 금리 인상과 자산 붕괴,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견뎌낼 정도로 기업과 소비자들이 탄력적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최고 금리 전망치가 3%에서 5%로 올라가고 지정학적 갈등이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무산되면서 긍정적인 단기 전망을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장단기 국채 수익률의 역전 현상은 40여년만에 가장 심해져 경기 침체 경고음은 커지고 있다.

이론상 만기가 긴 국채는 만기가 짧은 국채에 비해 수익률이 높아야 한다. 오래 보유한데 대해 더 높은 대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레이더들이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장기 국채에 더 낮은 수익률을 부여하게 된다.
연준의 긴축 완화, 증시엔 강세 신호…그럼에도 낙관론자는 추격 매수 자제 권고[오미주]
이날 2년물 국채수익률은 4.372%를 나타냈다. 반면 10년물 국채수익률은 3.699%였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이 2년물 국채수익률보다 0.673%포인트 낮은 것이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이 같은 수익률 역전은 1981~1982년 이후 40여년만에 가장 큰 것이다. 1981~1982년은 스태그플레이션(인플레이션을 동반한 경기 침체)을 극복하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두자리수로 올렸을 때다.

지난 11월25일엔 이 격차가 -0.778%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1981년 10월5일 이후 최대 기록이었다.

이에 대해 채권 투자회사인 스미스 캐피탈 인베스터의 깁슨 스미스는 "수익률 곡선은 경제가 문제에 빠질 것이란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켓워치는 10년물에서 2년물 국채수익률을 뺀 값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낼수록 향후 경기 하강이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다만 연준이 연방기금 금리를 5% 위로 올리겠다는 뜻을 시사했기 때문에 연방기금 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수익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일 뿐 10년물과의 수익률 격차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트위터에서 몇몇 사람들과 대화하다가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연준의 노력이 "심각한 침체의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며 "금리를 당장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생각보다는 탄탄하게 버티고 있어 증시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그리 심각하게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최근 경기 침체 가능성이 증시에 거의 반영되지 않아 지금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기대 수익에 비해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CNBC는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경기 둔화로 올해와 비슷한 220달러이고 PER이 향후 EPS 전망치 기준으로 역사적 평균인 17배라고 가정하면 S&P500지수는 3740으로 지금보다 340포인트가 더 낮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장이 언제나 적정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며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증시는 너무 오래 침체돼 있어 랠리를 누리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의 연설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기간 동안 금리를 경기 제약적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메시지가 있었지만 증시가 긴축 완화에 초점을 맞춘 것도 오르고 싶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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