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소각장에 버릴게 없네"… SK에코플랜트의 실험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2022.11.2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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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SK에코플랜트, 건설에서 환경·에너지로 사업모델 대전환

SK에코플랜트가 개발한 소각로 AI 솔루션 현장 적용 모습. /사진제공=SK에코플랜트SK에코플랜트가 개발한 소각로 AI 솔루션 현장 적용 모습. /사진제공=SK에코플랜트


"환경사업도 대기업이 하면 달라야 한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이 건설업에서 환경·에너지 중심으로 빠르게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면서 세운 원칙이다.

SK에코플랜트는 건설업에서 축적한 시공 노하우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극대화하고 있다. 태우고 묻는 데서 그치던 폐기물 사업에 혁신 기술을 도입해 다시 자원과 에너지로 바꾸는 순환경제 모델이다.



오염물질 배출 최소화…열에너지·소각재는 재활용
우선 소각로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을 최소화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SK에코플랜트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국내 최초로 소각로 운전에 최적화한 AI(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했다.

오염물질 배출량을 최소화하면서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소각로의 온도(950~1050℃)를 도출한 것. 현재까지 총 5개 소각장에 이 AI 솔루션이 적용됐고 이들의 평균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49.7%,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12.4% 줄었다.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는 지역 산업체에 폐열로 판매하거나 인근 주거지에 난방열로 공급되는데, 인근에 열에너지 수요처가 없으면 폐열로 발전기를 돌려 전력을 생산하기도 한다. 폐기물이 에너지로 전환되는 셈이다.

SK에코플랜트가 인수한 테스(TES)가 운영 중인 폐IT기기 리사이클링 공정. /사진제공=SK에코플랜트SK에코플랜트가 인수한 테스(TES)가 운영 중인 폐IT기기 리사이클링 공정. /사진제공=SK에코플랜트
폐기물을 태운 후 남겨지는 소각재도 재활용한다. 씨엠디기술단과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소각재를 보도블록이나 대형 옹벽 블록 등 건설재료로 재활용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시멘트나 천연골재를 소각재로 대체하면 원가 경쟁력 확보와 온실가스 감축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남겨진 소각재를 건설 재료로 재활용하면 소각재 매립량 포화 문제도 해결된다"며 "발생량의 50%만 재활용해도 100만톤 이상의 소각재가 매립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소각시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자원화하기 위해 공동 연구 개발에 돌입했다. 이산화탄소로 미세조류를 배양한 뒤 이 미세조류를 건조시켜 플라스틱 대체 원료(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단순히 폐기물을 태우는 역할에 집중해왔던 소각장을 '버릴 것이 없는 곳'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AI 솔루션 '웨이블' CES 수상…'글로벌 종합환경기업' 목표
"폐기물 소각장에 버릴게 없네"… SK에코플랜트의 실험
SK에코플랜트는 소각시설 AI 솔루션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구축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전체 소각시설 약 300곳에 이 솔루션이 적용되면 연평균 이산화탄소 감축량이 약 11만7812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소나무 94만 그루를 심는 것과 동일한 효과다.

AWS와 함께 공공 하·폐수 처리시설 탄소 저감을 위한 디지털 솔루션 개발도 추진 중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환경부, 지자체 및 위탁관리 사업자뿐 아니라 폐수처리장을 자체 운영하는 일반사업자도 활용할 수 있게 제공할 계획이다.

환경 대기업으로서 솔루션 기반 비즈니스 모델 확장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폐기물 배출-수거-운반-최종 처리에 이르는 프로세스 전 단계의 관리를 디지털로 전환, 폐기물 데이터를 확보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솔루션 '웨이블'을 개발했다. 현재 웨이블을 활용하는 기업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등 90여개에 달한다. 처리된 누적 폐기물양만 약 1만톤.

폐기물의 불필요한 배출·수거를 최소화 하기 위해 종류·부피·무게와 배출 패턴 등을 분석하는 기능도 고도화 중이다. 배출·보관량 업데이트, 운송 차량의 적재중량 변화, 차량 위치 분석 등을 제공하는 IoT(사물인터넷) 센서 기술도 적용할 예정이다. 웨이블은 이같은 혁신성을 인정 받아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3'에서 스마트시티 분야 혁신상을 수상한다.

폐기물 AI 솔루션 '웨이블' 이미지. /사진제공=SK에코플랜트폐기물 AI 솔루션 '웨이블' 이미지. /사진제공=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글로벌 종합환경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올해 초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전기·전자 폐기물 리사이클링 글로벌 기업 테스(TES)를 품었다. TES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 거점을 보유하고 관련 사업 전분야에 걸친 밸류체인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현재 북미, 유럽 등 선진국을 포함해 전세계 22개국에 43개 처리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최대 국영 종합환경회사 센바이로 지분도 인수했다. 센바이로는 1998년 말레이시아 최초의 통합폐기물 관리 센터를 건설해 운영 중이며, 최다 폐기물처리 라이선스도 확보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최대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 등을 고객사로 두고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한 것도 강점이다.

SK에코플랜트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4개국을 발판 삼아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 진출을 도모할 계획이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환경·에너지 기업으로의 변신은 이제 진행형이 아닌 완성형"이라며 "글로벌 환경·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해 순환 경제를 선도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센바이로 통합 폐기물관리센터. /사진제공=SK에코플랜트말레이시아 센바이로 통합 폐기물관리센터. /사진제공=SK에코플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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