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우리에게 항상 유리하게 작용하는 건 아니다. 2018년 이후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규제를 피하기 위해 대만 반도체 수입을 늘리면서 중국 반도체 수입 시장에서 대만 점유율이 상승한 반면 한국 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시총 62조원 SMIC부터 시총 10조원대 반도체 장비 업체까지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에는 시가총액 10~20조원대 상장 반도체 업체가 수두룩하다. 반면 한국에는 삼성전자(408조원), SK하이닉스(62조원) 같은 초대형 기업을 빼고 나면 SK스퀘어(5.3조원), 리노공업(2.6조원), DB하이텍(2조원)으로 바로 넘어온다. 중간 허리가 약하다.
![우리가 잘 모르는 中반도체…'시총 10조' 기업 수두룩 [차이나는 중국]](https://thumb.mt.co.kr/06/2022/11/2022112318404786618_2.jpg/dims/optimize/)
이들 기업은 지난 9월말 기준, 중국 펀드가 가장 많이 보유한 반도체 업체이기도 하다. 특히 궈신 마이크로는 전체 주식의 24.7%를 펀드가 보유 중이며 보유 시총은 302억 위안(약 5조7400억원)에 달한다. 펀드는 베이팡화창 주식도 209억 위안(약 3조9700억원)어치 가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아니라 펀드매니저가 이 종목들을 매수했다는 건 향후 성장가능성을 낙관하고 있다는 얘기다.
먼저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부터 보자. SMIC의 시가총액은 3244억 위안(약 61조6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62조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378억 위안(약 7조1800억원), 영업이익은 118억 위안(약 2조240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내 반도체 수급난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이 49% 증가할 만큼 호조세를 이어갔다.
SMIC는 올해 2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5.6%로 5위를 차지했다. 업계 1·2위인 TSMC,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는 크지만 중국내 파운드리 업체 중 명실상부한 1위다.
팹리스 업체도 살펴보자. IC칩 설계·개발업체 궈신 마이크로의 시가총액은 1200억 위안(약 22조8000억원)에 달한다. 모회사인 칭화유니그룹이 과도한 차입금으로 파산 구조조정 절차에 진입했지만, 궈신 마이크로는 여전히 가장 주목받는 반도체 업체 중 하나다. 지난 3분기 중국 펀드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반도체 종목도 궈신 마이크로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49억4000만 위안(약 9400억원), 영업이익은 22억2000만 위안(약 42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45%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이 좋다.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베이팡화창도 시가총액이 1214억 위안(약 23조원)에 달한다. 화학기상증착법(CVD), 물리기상증착법(PVD) 장비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중국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로 불리는 기업이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100억 위안(약 1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21억5000만 위안(약 4100억원)을 기록했다.
위의 3개사가 중국 상장 반도체 업체 중 시가총액이 우리 돈으로 20조원이 넘는 기업이다. 시가총액 10조원대 기업도 수두룩하다. 팹리스 업체 기가디바이스와 중국 2위 반도체 장비업체 중웨이반도체도 각각 시가총액이 672억 위안(약 12조8000억원)과 628억 위안(약 11조90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시총 100대 반도체 기업 중 中 42개, 한국 3개지난 10월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글로벌 시총 100대 반도체 기업 경영지표 비교'를 발표하며 글로벌 시총 100대 반도체 기업 중 한국기업이 3개 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다.
반면 중국 반도체 기업은 SMIC, 궈신 마이크로, 베이팡화창을 포함한 42개사가 글로벌 시총 100대 반도체 기업에 진입했다. 전경련은 중국 반도체 기업이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부상했다고 이유를 간략히 설명했다.
지난 10월 미국 상무부가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시스템 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히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 고사작전에 나선 바 있다. 그런데, 중국이 다른 국가와 다른 이유, 즉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고사작전이 완벽하게 작동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방대한 중국 시장이다
중국 현지 증권사들도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중국 반도체 굴기가 지연될 가능성은 크지만, 그렇다고 중국 반도체 산업이 고사할 것이라고는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왜냐면 전 세계 스마트폰, 노트북, 서버의 대부분을 생산 중인 중국이 소비하는 반도체가 전 세계 반도체 판매량의 60%가 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이렇게 생산된 IT제품의 상당부분은 다시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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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 점유율은 46%이며 한국 점유율은 19%로 2018년(24%) 대비 하락했다. 반면 중국 점유율은 7%로 2018년 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대만 점유율도 2%포인트 상승하는 등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 반도체 점유율이 4%포인트나 높아졌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중국 반도체 굴기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막을 수는 없다는 걸 의미한다. 향후 중국 반도체 굴기가 지속되면 중국 반도체 기업과 한국 반도체 기업이 경쟁국면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해야 중국 반도체 기업과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