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그룹에 '솜방망이' 벌금 준비"…中 '빅테크 길들이기' 끝낼까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2.11.2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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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이르면 내년 2분기 1.3조원 벌금 부과"…
기술기업 제재 시작인 '앤트그룹 IPO' 재개 주목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중국이 그동안 고강도 규제의 핵심 표적으로 삼아온 앤트그룹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신호가 잡혔다. 앤트그룹은 '빅테크 때리기' 기조의 시작점이었는데, 경기 부진 위기 속에 중국 정부가 콧대를 낮추는 모양새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 금융당국이 앤트그룹에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2년여간 진행된 단속을 끝낼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그룹의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그룹은 2020년 홍콩과 상하이 주식시장에서 전 세계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중국 금융당국을 공개 비판한 뒤 그해 11월 예정된 상장 절차가 갑자기 중단됐고, 알리바바는 반독점 규제 위반으로 180억위안(약 3조40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당국의 '빅테크 규제' 신호탄이 됐다.

앤트그룹의 벌금은 조사를 진행해온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집행할 예정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몇 달간 벌금과 관련해 앤트그룹과 비공식적으로 소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인민은행이) 올해 말 다른 금융 당국과 앤트그룹 조사에 대해 추가로 논의한 뒤 이르면 내년 2분기에 벌금을 공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벌금은 앤트그룹의 '무질서한 자본 확장'과 이 회사의 사업이 초래한 재정적 위험에 관한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로이터는 "이 벌금은 회사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금융지주회사 면허를 획득하고 다시 성장을 추진해 무산됐던 IPO 계획을 부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지주회사 면허 획득은 앤트그룹이 상장 추진을 위해 거쳐야 할 필수 관문이다.

이 벌금을 끝으로 앤트그룹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2년 가까이 진행돼온 중국 당국의 빅테크 길들이기가 사실상 일단락되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 소재 카멧캐피털파트너스의 케리 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에 "앤트그룹에 대한 (보도된) 벌금 규모가 크지 않다. 솜방망이 처벌에 가깝다"며 "이는 규제의 끝이 다가왔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고강도 봉쇄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최근 규제 관련 어조를 한층 누그러뜨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앤트그룹의 IPO 중단 등 중국 당국이 민간 부문에 행해온 수년간의 단속이 진정될 조짐을 보인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국내 여행 제한을 완화하고 부동산 시장 지원을 위한 조처를 내놓는 등 시장 친화적인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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