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뛰어들고 CPR…한강 투신女 살려낸 세 사람 '10분의 기적'

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정경훈 기자 2022.11.1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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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성동구 카페에서 박종진씨(왼쪽), 문정제씨(가운데), 이종혁씨(오른쪽)을 만났다. 세 사람은 지난 9일 뚝섬 한강 공원에서 투신한 여성을 구조했다. /사진=김지은 기자지난 12일 서울 성동구 카페에서 박종진씨(왼쪽), 문정제씨(가운데), 이종혁씨(오른쪽)을 만났다. 세 사람은 지난 9일 뚝섬 한강 공원에서 투신한 여성을 구조했다. /사진=김지은 기자


"이 모든 일이 10분 안에 이뤄졌어요. 조금만 늦었어도 아마 세상을 떠났을 거예요."

지난 12일 서울 성동구 카페에서 만난 문정제씨(31), 박종진씨(32), 이종혁씨(33)는 그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직장 동료였던 세 사람은 평소 한강 공원에서 운동을 해왔다. 지난 9일 밤 오후 8시25분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뚝섬 한강 유원지 굴다리 입구에서 잠수교 방면으로 8km 거리를 뛰고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가던 길이었다.



지난 9일 밤 한강 뚝섬 공원 런닝 코스에서 있던 세 사람은 오후 8시25분쯤 한 여성이 옆 강가에 빠지는 것을 발견했다. / 사진=김지은 기자지난 9일 밤 한강 뚝섬 공원 런닝 코스에서 있던 세 사람은 오후 8시25분쯤 한 여성이 옆 강가에 빠지는 것을 발견했다. / 사진=김지은 기자
'풍덩.'

문씨와 박씨는 런닝 코스 바로 옆 강가에서 큰 물소리를 들었다. 두 사람은 가로등 불빛을 따라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펜스 위에는 패딩이 있었고 바닥엔 신발만 널브러져 있었다. 휴대전화 벨소리는 시끄럽게 울려대고 있었다. 강 쪽을 쳐다보니 한 여성이 얼굴만 반쯤 내민 채로 물 속에 빠져 있었다.



"처음에는 막 소리쳤어요. 여기 위험하니까 빨리 나와야 한다고요."

여성이 대답이 없자 박씨는 직접 물속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여성은 물살에 휩쓸려 육지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고, 박씨는 손을 뻗어 여성을 잡아냈다.

그는 경사진 바닥에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면서 여성을 겨우겨우 물가 위로 올렸다. 여성은 의식이 없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있었고 입술은 파랗게 변해있었다. 저체온증으로 인한 쇼크처럼 보였다.


박씨가 112 신고를 하는 동안 이씨는 여성에게 패딩을 덮어줬다. 문씨는 여성에게 군대에서 배운 심폐소생술(CPR)을 5~6회 정도 시도했다. 여성은 의식이 돌아오고 기절하기를 반복하더니 나중에는 분비물을 내뱉으며 호흡을 되찾았다.

신고 3분 뒤인 오후 8시35분쯤, 경찰과 소방 인력 10명이 현장에 달려와 응급 조치를 했다. 여성은 인근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여성은 30대 후반으로 평소 공황 장애를 앓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주식 투자를 했다가 돈을 잃자 이를 비관하며 한강에 뛰어들었다. 여성은 가족들에게 죽음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구조 과정이 두렵진 않았냐는 질문에 세 사람 모두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문씨는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쳤다"며 "혹시나 잘못되서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면 어떡하지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했다. 박씨는 "그 사람 옆에 있는 건 저희들 뿐이었다"며 "그 순간 나서지 않았다면 나중에 더 괴로울 것 같았다"고 전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시민 구조자 세 명에게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 시민이 한강에 빠진 사람을 구조한 일은 이례적인 경우"라며 "생명을 구한 시민들의 용기에 감사함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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