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는 현 실세라 불리는 빈 살만 왕세자 주도 아래 지난 2016년 사우디 경제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네옴 시티도 그 일환이다.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약 2만6500㎢(서울의 약 44배) 부지에 최소 5000억달러(660조원)를 들여 인구 100만명의 도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일명 '미러 시티'로 불리며 길이 170km의 직선·수직 도시 더 라인(The Line), 해상 산업단지 옥사곤(Oxagon), 산악 관광지 트로제나(Trojena)가 네옴 시티 건설의 세 축이다. 네옴 시티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건설이나 EPC 업계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업계도 대규모 수주전이 기대된다. 하이투자증권이 인용한 사우디 국가 재생에너지 프로그램(NREP) 목표에 따르면 사우디는 2023년까지 태양광, 풍력,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27.3GW 갖추고 이를 2030년 58.7GW까지 두 배 이상 높일 계획이다. 특히 네옴시티 안에는 4GW 규모 재생에너지 설비를 건설해 하루 평균 650톤의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그린수소 생산시설도 지을 예정이다.

한 신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IRA는 곧 시행될 것인데다 현지에서 직접 발주와 주 정부의 인센티브 제공 계획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단계인 데 비해 사우디의 네옴 시티 프로젝트는 아직은 거리가 좀 있는 이야기"라며 "외신을 보면 현실로 구현하기에 너무 이상적이란 비판도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또 다른 신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네옴시티 사업을 총괄하는 회사)네옴으로 이직하고 있는 외국계 회사 직원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네옴시티 사업이 단지 꿈꾸는 단계는 넘어선 것으로 보이고 사우디 최대 권력자가 막대한 오일머니를 갖고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은 태양광이다. 국내에서는 한화솔루션 등이 거론된다. 수소사업에서는 국내 굵직한 에너지 대기업 대부분이 발을 걸치고 있는 만큼 수주전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다. SK, 현대중공업지주, 에쓰오일, 롯데케미칼, 효성, 두산 등이다.
네옴시티가 친환경 도시로 기획되는 만큼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ESS(에너지저장장치)용은 물론 UAM(도심항공교통),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역시 직·간접적으로 수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아직 사우디가 ESS 수주에 나섰단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면서도 "사업 규모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기회"라고 말했다.
직접 발주가 이뤄졌을 때 중국과의 경쟁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한 신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이미 저가 전략을 앞세워 중동에 진출한 경험들이 있다"며 "네옴시티 수주전이 본격화하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선 중국과 가격 경쟁이 치열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기술력과 고품질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세계 원유 매장량의 약 48%를 차지하고 있는 중동의 국가들은 석유 의존형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경제 다각화 주요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신재생에너지 부문 투자를 지속 확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걸프협력회의(GCC·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는 선벨트 중심으로 풍부한 일조량 및 적은 강수량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적합한 환경을 보유중"이라며 "현재 시장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에너지 전환에 대한 GCC의 관심이 높고 국부펀드를 활용한 막대한 자금력 등 고성장 잠재력 등이 풍부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