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혁 국방과학연구소(ADD) 박사가 최근 ADD 대전 본소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 사진=국방과학연구소(ADD)
임신혁 ADD 박사 연구팀은 '원자 스핀 자이로스코프'를 개발하고, 상용화를 위한 기술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자이로스코프는 회전 운동을 뜻하는 'Gyro'와 살펴본다는 'Scope'가 합쳐진 말이다. 회전 운동을 측정하는 센서라는 의미다. 특히 양자 에너지 상태인 '원자 스핀'을 이용한 자이로스코프로, 기존 기계식·광학식 자이로스코프 한계를 뛰어넘을 기술로 주목된다.
그러면서 "미국은 1980년대 기반 기술을 이미 확보했고 2000년대부터 12년에 걸친 연구개발을 끝에 시제품을 개발했다"며 "우리는 기반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연구를 수행해 미국의 50~60% 수준까지 추격했다"고 덧붙였다.
자이로스코프 동작 원리. 자이로스코프는 기계의 회전 운동을 측정하는 센서를 말한다. 이 영상과 같은 원리로 동작한다. / 영상=한국물리학회
이와 달리 광학식은 레이저 빛(光)을 통해 회전을 측정한다. 주로 무기체계나 인공위성에 탑재되는 고성능 센서다. 광학식은 성능이 우수하지만 부피가 크고 비용이 비싸다는 문제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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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기계식이 소형자동차라면 광학식은 특급 전투기에 비유할 수 있다. 소형차와 전투기 사이에서 활용될 '중간급' 기술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원자 스핀 자이로스코프는 이처럼 기계식과 광학식 중간 지점에 있는 기술이다.
원자 스핀 자이로스코프, 기계식·광학식 한계 극복 가능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자체 제작한 핵심 부품 원자셀. 이 원자셀 안에는 제논, 루비듐, 질소, 수소 등이 들어가 있다. 이들 물질의 원자 스핀(운동량)을 통해 자세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 사진=국방과학연구소(ADD)
임 박사는 "기계식·광학식과 달리 원자의 매우 안정적인 내부 에너지 상태를 이용하기 때문에 장기 안정도가 우수하다"며 "부피와 전력 소모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원자 내부의 핵 스핀을 측정하기 위해 제논, 루비듐, 질소, 수소 등이 들어간 원자셀을 자체 개발했다. 또 원자셀에 레이저를 조사해 회전량을 정밀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개발된 자이로스코프의 부피는 물병 크기인 350㏄급으로, 성능은 0.2deg/h 수준이다. 연구팀은 이를 향후 부피 100㏄ 이하, 0.05deg/h 수준까지 개선할 예정이다.
"화려한 기술 아니어도 소신 지키고 연구개발"
임신혁 국방과학연구소(ADD) 박사가 최근 ADD 대전 본소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 이후 실험실에서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 사진=국방과학연구소(ADD)
임 박사는 "인공위성에 탑재되는 원자시계의 핵심 부품이 원자셀"이라면서 "원자셀 제작 기술이 적용될 수 있으며 향후 소형 자이로스코프가 개발되면 우주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향후 5년간 누리호를 4차례 추가 발사하는데, 국산 센서와 부품 등을 실어 우주에서 테스트할 예정이다. 앞으로 ADD가 6년 이상 응용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기술 수준에 따라 탑재 여부가 고려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 박사는 "현재까지 6년간 기술을 개발했지만 동적 특성이나 환경 조건 등을 더 연구해야 한다"며 "4~5년 후면 더 좋은 성능의 센서가 개발돼 우주 분야에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난관에 대해선 "센서 분야가 화려하지 않지만 끝까지 기술을 개발하는 소신을 지키는 것"이라며 "센서는 한 번 개발되면 국방·우주·민수 등 활용도가 매우 다양한 만큼 앞으로도 기술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