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가전이냐, LG 가전이냐" 한 번 선택이 평생 간다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2.11.1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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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가전이냐, LG 가전이냐" 한 번 선택이 평생 간다


"한 번에 가전들을 싹 바꾸는 게 아니면 브랜드를 변경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10일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최근 가전 시장 변화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가전 업체들이 여러 제품군의 가전을 한 콘셉트로 묶는 것이 일반화됐고, 이들 가전을 손쉽게 제어하는 스마트홈 플랫폼 경쟁까지 본격화하면서 시장 경쟁 판도가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승자 독식 경향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독보적인 하나의 제품이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는 등 기존 시장 구조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최근 가전 업계에서는 맞춤형 가전이 시장의 일반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LG전자의 오브제컬렉션 개념이 나타난 지 각각 3·4년이 지난 데다 이들 기업이 묶음으로 가전 제품을 판매하는 경향이 짙어진 결과다. 양사의 맞춤형 가전 출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뤄진 상태고, 여러 개의 제품을 한 번에 구매할 때 할인 폭을 키우는 마케팅은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콘셉트 가전의 확대는 마케팅 전략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모으면 모을수록 집 안의 인테리어 완성도와 조화로움을 높이는 콘셉트 가전의 특성이 시장의 승자독식 성격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인사는 "모을수록 완성도가 높아지는 특성 탓에 처음 선택한 브랜드를 평생 사용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국내의 경우 내 집을 마련하거나 혹은 결혼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소비층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는 셈"이라 말했다.

각 브랜드는 하드웨어 통일성을 뛰어넘어 소프트웨어 중심의 생태계 수립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앱을 통해 TV와 냉장고, 에어컨, 청소기 등 가전들을 연동해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LG전자의 씽큐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앱에서 각 가전을 활용할 수 있는 팁을 공유하거나 업그레이드 기능을 제공하는 등 독자적 커뮤니티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기존의 경쟁 구조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본다. 단순히 말하면 소비자들이 냉장고를 구매할 때 '무엇이 더 성능이 좋은가' 만을 따지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디자인 통일성은 물론 편의성 등의 요소를 새롭게 고려하게 될 것이고, 제품 하나가 전체 매출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생긴다. 필수 가전인 냉장고나 세탁기 등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GE(제너럴일렉트릭), 일렉트로룩스, 중국 하이얼 등 가전·공조 브랜드 13개 사가 참여하고 있는 HCA(홈 커넥티비티 얼라이언스)가 변수로 언급되지만, 이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HCA는 스마트홈 생태계 확대를 위해 지난해 8월 설립된 단체다. HCA 표준을 적용해 삼성 스마트싱스나 LG 씽큐 등으로 참여 기업 13개 사의 제품군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신제품뿐만이 아니라 기존 가전제품 중 Wi-Fi(와이파이)가 탑재된 모델도 앱에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서로의 가전을 각 플랫폼에 연동할 수 있게끔 나아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전을 켜고 끄는 것 이상의 기능을 공유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면서 "가전업체에 가장 중요한 정보는 이용자들의 사용 패턴 등의 데이터인데, 이러한 데이터를 경쟁사에 넘겨주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각 플랫폼에서 차별화를 추진하는 것이 핵심 전략으로 유지될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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