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반격에 밀리는 러시아, "헤르손서 철수하라" 명령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2.11.1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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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 활동 불가능해지자 후퇴…우크라는 '신중'

우크라이나 헤르손/AFPBBNews=뉴스1우크라이나 헤르손/AFPBBNews=뉴스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헤르손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우크라이나군 포격으로 더는 보급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자국군을 후퇴시키고 드네프르강 동쪽에 방어선을 구축하기로 했다. 헤르손 철수는 러시아에 큰 좌절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우크라이나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지역 러시아합동군 총사령관 세르게이 수로비킨은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게 헤르손시 등 드네프르강 서쪽 지역에 보급품을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이에 쇼이구 장관은 "당신의 결론에 동의한다"며 "군대를 철수하고 인력과 무기 및 장비를 드네프르강 건너로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했다.

러시아가 임명한 행정부는 드니프로강 동쪽 새 본부로 도피했고 주민들은 러시아군에 의한 광범위한 약탈을 보고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헤르손은 드네프르강과 흑해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우크라이나의 주요 항구 도시다. 우크라이나 내 친러 반군이 점령한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주) 지역과 크림반도를 잇는 육상 교통로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러시아군은 침공 초기부터 헤르손에 공세를 퍼부었으며 지난 3월 이 도시를 점령했다. 러시아가 실시한 주민투표로 지난달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지역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는 대대적인 반격 작전을 개시하고 헤르손 탈환을 시도해왔다. 수세에 몰리자 러시아가 임명한 헤르손 행정당국은 지난달 19일 헤르손 시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고, 같은 달 31일 대피령 적용 범위를 드니프로강에서 약 15㎞ 이내에 위치한 지역으로까지 확대했다. 지난 2일에는 주민 최대 7만명이 러시아 본토나 헤르손 남부 지역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AP는 헤르손이 러시아군이 점령한 유일한 우크라이나 주도시인 만큼 이번 철수는 8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전쟁에서 러시아 최악의 좌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헤르손시에서 러시아의 후퇴는 전략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중요하다"고 평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철군 움직임을 포착했지만, 아직 완전 철군이라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로만 코스텐코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위원장은 NYT에 "러시아군이 철수하고 있다는 징후가 보인다"며 "정보기관들이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국기가 헤르손에서 휘날릴 때까지 러시아의 철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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