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진핑과 테크노크라트의 약진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2.11.09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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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3일 집권 3기를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부를 꾸렸다. 시진핑 집권 3기 특징은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의 약진이다. / 사진=머니투데이DB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3일 집권 3기를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부를 꾸렸다. 시진핑 집권 3기 특징은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의 약진이다. / 사진=머니투데이DB


시진핑(習近平) 집권 3기의 권력지형도에 대한 외부 분석 중 드러나지 않은 포인트 하나가 '테크노크라트의 대약진'이다. 테크노크라트는 과학적 지식이나 전문 기술을 보유한 관료집단이다. 중국은 공산당이 선출한 중앙위원 200여명이 정관계 요직을 차지하고 국가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그런데 이번에 선출된 공산당 중앙위원 205명 중 101명(49.5%)이 과학기술 분야 관료로 파악된다. 시진핑 주석과 함께 공산당 핵심 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정치국원 24명 중 최소 6명도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다.

이들 중 우주항공, 방위산업, 원자력, 환경 등 첨단분야 전문가 약진이 두드러진다. 특히 마싱루이와 위안자쥔은 중국국가항천국 최고위직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중국은 미국과 우주 탐사는 물론 첨단기술 개발 등을 두고 패권 경쟁 중이다. 우주 기술과 첨단 과학 역량이 경제와 산업은 물론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니 경쟁우위를 뺏겨선 안 된다는 중국의 다급함이 이번 인사에서 드러난다.



시 주석 역시 이를 공개 언급했다. 지난달 23일 차세대 지도부를 출범시켰던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에서 "국가는 과학과 기술을 우리의 주요 생산력으로, 인재를 주요 자원으로, 혁신을 주요 성장 동력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질적 지원도 적지않다. 지난해 연구개발(R&D) 예산으로만 2조8000억위안(약 534조원)을 쏟아부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4%에 해당한다. 또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7% 이상 성장을 목표로, 과학기술과 첨단 기술인재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아울러 해외에 있는 자국 연구원을 불러들이고, 해외 석학 과학자들 영입에도 예산을 아끼지 않는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엇갈린다. 하지만 과학기술 전문가들에게 정책적 의사결정권을 부여하는 과정만은 돋보인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탄소중립·감염병 등 각종 현안은 과학기술 기반 정책적 해법으로만 풀릴 수 있다. 특히 세계 각국이 첨단 기술을 무기화하는 소위 '기술패권' 시대에선 이런 세계적 흐름을 읽는 '테크노크라트의 중용'이 필요하다. 기술패권 시대, 국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싶다.

김인한 머니투데이 과학기자. / 사진=머니투데이DB김인한 머니투데이 과학기자. /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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