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639조 예산안, 정쟁에 발목잡혀선 안 된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2.11.0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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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2022.11.04. newsis.com[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2022.11.04. newsis.com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2023년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된다. 지난 9월 국회에 제출된 새 정부의 첫 예산안은 639조원 규모로, 올해 본예산보단 5.2% 많지만 올해 1·2차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총지출과 비교하면 6% 적은 수준이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지출 규모를 최소화하면서도 고물가·경기둔화에 따른 취약계층 어려움 가중을 고려해 해당 부문 지원에는 재원을 종전보다 많이 투입하기로 했다.

헌법은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른 내년 예산안 처리 시한은 오는 12월 2일이다. 국회는 약 한 달 동안 정부의 1년짜리 지출 계획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예산안을 허투루 통과시켜버리면 혈세 낭비를 피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매년 연말 진행되는 예산안 심사는 '전쟁'이라 부를 만큼 여·야·정 간 치열한 논쟁을 거치게 된다.



심사 기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국회가 '현미경 심사'를 하다 보면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예산 집행만 제때 가능하다면 '빠르고 엉성한' 것보다는 '느리지만 촘촘한' 심사가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심사가 아예 올해를 넘겨 당장 내년부터 예산 집행에 차질을 빚는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런 사태에 대비해 헌법에 준(準)예산 집행 근거가 규정돼 있다.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으면 전년도에 준하는 수준의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해 정부 지출이 전면 중단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준예산으로는 의무지출 등 말 그대로 '최소한'의 지출만 가능하기 때문에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 등 역할에 한계가 있다.



최근 정치권과 관가에선 예산안 통과의 지연, 나아가 준예산 편성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 예산안 자체의 문제보다 정치적 이슈에 따른 여야 간 대립이라는 사실이다. 내년 우리 경제는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연이어 나올 만큼 어려움이 예상된다. '허리끈을 조여' 편성한 내년 예산이 정쟁 때문에 제때 집행되지 못해 국민이 애먼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기자수첩]639조 예산안, 정쟁에 발목잡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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