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무도 모르는 '진짜 집값'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2022.11.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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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얼마예요?" 사려는 물건이 마음에 들 때 누구나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다. 얼마인지에 따라 물건을 구매하거나 포기한다. 가격은 그만큼 의사결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누군가 기자에게 "지금 사는 집 얼마예요?"라고 묻는다면 답을 찾기 어렵다. 이 집은 작년 말 7억500만원 거래가 마지막인데 급매물은 6억7000만원에 나왔고 부동산원 시세는 7억1000만원이다. 이 중 무엇이 '진짜 집값'일까.

주택 가격에 대한 불신은 시장 전체에 퍼져 있다. 23억원이었던 '헬리오시티'가 13억원에, 15억원이었던 '염리삼성래미안'은 8억원에 거래 됐다. 잇따른 반값거래에 시장은 부모-자식 간 거래, 부담부증여 등을 의심한다. 이런 와중에 '래미안퍼스티지'는 전고가보다 8억원 오른 49억원에, '청담자이'는 5억원 뛴 22억원에 팔려 신고가를 썼다. 허위 신고로 호가를 높이고 추후 계약을 취소하는 '자전거래'로 보는 시각이 많다. 최근 '도곡렉슬' '잠실5단지' 신고가 거래가 돌연 취소되면서 의심을 보탰다.



가격이 급등·급락한 실거래는 과거에도 있었다.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이런 이상거래가 수많은 정상거래 속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한다. 누가 봐도 이상거래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라 시세 파악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정상거래가 간헐적인 와중에 이상(해보이는)거래만 발생해 시세 혼동을 야기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금의 거래절벽이 금리인상에 따른 매수세 위축 때문이라 한다. 하지만 진짜 가격이 얼마인지 알아야 매수자도 의사결정을 한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헬리오시티가 13억에 나온다면, 염리삼성래미안이 진짜 8억이라면 이자부담을 안고라도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다. '진짜 집값'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진짜 매수세'도 파악하기 힘들다.



시장 왜곡을 바로 잡으려면 거래 정상화가 우선이기에 최근 금융 규제 완화 조치는 반갑다. 이달 규제지역 해제 논의에서도 이런 상황이 적극 고려돼야 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취임 100일 자리에서 "정책 발표 후 시장에 영향이 없는 게 국토부 입장에선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때는 맞았을 지 몰라도 지금은 틀리다. 지금부터 나오는 대책은 시장에 영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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