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9000㎞ 날아온 아버지…이태원서 숨진 외동딸 영정 마주했다

머니투데이 김미루 기자, 김도균 기자 2022.11.0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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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임모씨(30)의 빈소가 차려졌다./사진=김미루 기자1일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임모씨(30)의 빈소가 차려졌다./사진=김미루 기자


"딸이랑 이태원 거리를 수없이 다녔어요."

에티오피아에서 일하는 임모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1시쯤(현지시간)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길에 올랐다. 두바이에서 7시간을 경유해 20시간이 지난 전날(1일) 오후 5시30분쯤(한국시간)이 돼서야 임씨는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임씨의 딸(30)은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임씨가 도착하고 나서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 딸의 빈소가 차려졌다. 딸은 참사 이후 이대목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아버지의 귀국을 기다리느라 다른 희생자보다 하루 늦게 빈소가 차려졌다.



임씨는 처음만 해도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9000㎞ 이상 떨어진 타지에서 임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한국에 있는 친척과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딸의 생사를 확인해달라 부탁할 뿐이었다. 딸의 사망을 확인한 친척의 전화를 받고서야 임씨는 더이상 부인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임씨는 "무남독녀 외동딸과 코드가 잘 맞았다"고 기억했다.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길은 임씨가 10년 전 에티오피아로 떠나기 전에도 딸과 때때로 놀러 가던 장소였다. 부녀는 호텔 뒤편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세계음식문화거리를 찾곤 했다. 그렇게 "수없이 다녔다"는 게 임씨의 설명이다. 임씨가 이 사고를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다.



돈독했던 부녀는 사고 전 날에도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임씨의 딸은 "힘이 든다. 일이 너무 많다"면서도 "그래도 일이 잘 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임씨는 그런 딸에게 "하고 싶은 일을 뜻대로 하라"고 답했다. 부녀의 마지막 대화였다.

임씨는 "사교적이었던 딸 덕에 외롭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인간관계가 좋아 생일날이면 바쁜 와중에도 여러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던 딸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딸의 빈소에는 빈소를 차린 첫날에만 200명이 넘는 조문객이 몰렸다. 둘째날인 이날에도 오전부터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부녀가 마지막으로 만난 건 2년 전이다. 2020년 코로나19(COVID-19)가 전세계로 퍼지기 시작한 데다가 같은 해 에티오피아에서 내전까지 터지면서 임씨는 이 기간 한국에 오지 못했다.


그러던 임씨는 머지않은 시일 안에 한국에 들를 계획이었지만 딸은 임씨를 기다리지 못했다. 임씨는 "이제 막 가려던 찰나였는데 이렇게..."라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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