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금융계에 따르면 메리츠그룹은 상반기 중 금융당국의 조사대상으로 지목돼 곤욕을 치른 메리츠자산운용에 대한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그룹 내부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대표이사인 김용범 부회장이 전권을 쥐고 인수자를 찾는다는 전제 아래 메리츠운용을 매각하기로 했다"며 "자산운용업 특성상 공개매각을 진행하면 고객이탈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사적 수의계약 거래(Private deal) 방식으로 원매자와 일대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리츠운용은 설립 후 5~6년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2014년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업계 수익률 1위로 올라섰다. 김용범 부회장이 영입한 미국인 스타매니저 존 리 신임 대표가 2013년 말 CEO(최고경영자)에 취임한 이후 번잡하던 상품들을 정리하고 전국 기업탐방으로 종목을 골라 9개월 만에 대표상품을 1위에 올렸다.
메리츠운용은 CEO에 의해 반짝 스타덤에 올랐지만 이후 후속펀드 등이 성과를 크게 내지는 못했고,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 운동 과정에서 존 리 대표의 스타성이 부각돼 명맥을 유지했다. 하지만 존 리 대표가 지난 4~5월 사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차명 부동산 투자 조사를 받게 되면서 회사 신뢰도에도 치명타를 입었다.
메리츠운용의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은 202억원, 영업이익은 52억원이고, 자본총계는 361억원 수준이다. 명성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고,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자본 입장에서는 200억~300억원 수준의 투자로 브랜드를 일신해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교두보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김용범-최희문(메리츠증권 대표) 콤비를 영입해 금융지주사 반열에 오른 조정호 메리츠 회장이 최근 메리츠운용 사태로 금융소비자들에게 큰 오점을 남겼다고 여기고 있다"며 "메리츠운용 매각 결정은 과감한 결단이자 자구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