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멸해가는 지역에서 희망 품은 청년들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2022.10.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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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멸해가는 지역에서 희망 품은 청년들


얼마 전 국내에서 가장 지역소멸 위험이 크다는 경북 의성군을 다녀왔다. 의성군은 전국에서도 마늘 산지로 가장 유명한 곳이지만 실제 방문한 의성군은 얼마나 더 마늘 농사를 더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깊었다. 마늘농사도 기계화가 이뤄지긴 했지만 여전히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이다. 마늘에 묻은 흙을 털어낸 다음 끈으로 묶어 싣는 과정까진 결국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로 이 같은 작업을 할 만한 인구가 줄고 있고, 웃돈을 주고 사람을 데려오려고 해도 오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타지에 있는 인력사무소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데려와 겨우 농가를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인구감소에 대한 얘기는 지겹게 듣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한 인구감소의 부작용은 훨씬 심각하게 느껴졌다. 당장 특산품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역은 특산품까지 바꿔야 할 판이다. 더 알아보니 의성군 뿐만 아니라 전국의 마늘 농가가 이미 오래전 부터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고령화로 인해 더 이상 마늘 농사를 짓기가 힘들 수 있다는 지방 언론사들의 보도들도 이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의성군은 이미 젊은 인구 유입을 위해 딸기 농사를 키우고 있다. 청년 1명이 운영할 수 있는 딸기 스마트팜은 '가성비'가 좋다고 한다. 의성군은 10년간 딸기 농사를 짓는 조건으로 외부에서 거주지를 옮긴 청년들에게 설비 임대를 해주고 초기 비용을 투자해준다. 의성군은 이렇게 1명을 정착시키는데 2억원 이상의 비용을 들인다. 이 조건을 받아들이고 의성군에 정착한 청년들은 딸기 스마트팜으로 연간 1억원 에 가까운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이들이 10년 농사 조건을 채운 뒤에도 의성군에 남아있을까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의성군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사이 이들에게 자녀가 생긴다면 교육환경을 찾아 농가를 떠날 수도 있고, 10년간 열심히 모은 자금을 들고 다시 도시로 나간다 해도 더 이상 막을 길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의성군과 청년들이 지역에서 생산한 딸기를 홍콩에 처음 수출하고, 재도전에 나섰다는 소식에서 희망을 품어본다. 소멸해 가는 지역을 귀농한 청년들이 되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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