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용산의 주도권은 검찰과 부처 출신의 '늘공'들이 잡고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통상 정권 초반에는 실세 어공들의 장악력이 센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정치 경험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이기에 나타난 특징일 수도 있다.
조건은 열악하다.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만의 문제가 아니다. 500명이 넘던 과거에 비해 100명 이상 인력을 줄인 탓에 비서관실마다 일손 부족에 허덕인다. 밤낮도 공휴일도 없는 대통령실 업무지만 여전히 법인카드는 밤 10시 이후 결제가 안 되고 주말 사용은 소명을 해야 한다. 한도도 민망한 수준이다. 이를 보완할 특수활동비는 대폭 줄어 자기 주머니를 터는 직원도 나온다.
예컨대 대통령실 축소는 민간 주도의 대원칙 속에 만기친람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결단이었다. 그게 국정을 제대로 이끄는 방향이라는 판단에서다. 국정을 위해서는 무조건 줄이기보다 때로 채울 필요도 있다. 가령 '여성수석'을 신설한다면 어떨까. 여가부 폐지가 파괴가 아니라 창조적 파괴임을 그 자체로 보여줌과 동시에 광범위한 업무에 시달리는 사회수석실의 일을 일정 부분 나누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 새 정부 출범이 벌써 6개월째다. 확실히 내세운 건 밖으로는 한미동맹, 안으로는 감세와 재정 건전성이다. 물론 이것 자체로도 의미는 상당하다. 하지만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일 뿐 정상을 뛰어넘어 비상하는 조치는 찾기 어렵다. 민간에서 윤 대통령에게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규제혁신 부문에서는 아직 어떤 간판 상품도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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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정치인답지 않았던 0선의 윤 대통령에게 걸었던 국민의 바람은 상상력과 돌파력에 기대감이었을지도 모른다.
논란의 인물을 기용해 지지층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과거 정권의 불법행위를 수사해 정의를 바로 세우면서 지지율을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성공한 대통령'을 위해서는 보다 분명한 색깔과 브랜드가 절실하다. 거침없이 '윤석열다움'을 보여줘야 한다. 되든 안 되든 그래야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다. 거대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면 결국 국민이 심판한다. 2024년 유권자의 마음 속에 윤석열정부를 '우리 정부'로 심을 수 있느냐에 정권의 운명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