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년 역사'의 美 BNY멜론 은행, 왜 암호화폐 품기로 했을까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2.10.1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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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 시중은행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 압박…
"은행 새 수익원·암호화폐 합법화 인정 사례 될 듯"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BNY멜론이 미 대형은행 최초로 전통적 자산 투자가 이뤄지는 플랫폼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취급하기로 했다. 2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대형은행이 논란의 암호화폐를 선택한 것으로, 향후 미국 은행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BNY멜론은 이날부터 가상자산 취급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해 2월 가상자산 취급 방침을 처음 밝혔던 BNY멜론은 최근 미 뉴욕 금융규제당국으로부터 특정 고객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이번 주부터 취급할 수 있다는 승인을 받았다. 규제당국 승인에 따라 BNY멜론은 고객이 맡긴 암호화폐의 접근과 이체에 필요한 키를 보관하고, 펀드매니저들에게 주식, 채권, 원자재 선물 등 기존 실물 투자자산에 제공한 것과 같은 서비스를 암호화폐에도 제공할 예정이다.

BNY멜론은 지난해 가상자산 취급 방침 발표 이후 암호화폐 보관사업을 은행의 핵심 회계 플랫폼으로 통합했다. 암호화폐 저장을 위한 가상자산 관리·이체·결제 플랫폼인 파이어블록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또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체이널리시스의 소프트웨어도 사용해 암호화폐가 은행까지 오는 경로 추적과 분석을 가능하게 했다.



WSJ에 따르면 전통적인 투자 자산과 가상자산을 같은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미 대형은행은 BNY멜론이 최초다.

BNY멜론은 "암호화폐 서비스가 포함된 플랫폼은 이번 주부터 엄선된 투자펀드사들과 함께 가동될 것"이라며 "향후 추가 고객 확보로 자사의 암호화폐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1784년 알렉산더 해밀턴(미 초대 재무부 장관)과 에런 버(미 3대 부통령) 공동 설립으로 미국에서 238년의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형은행이 가상자산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WSJ은 "전통적인 은행들이 암호화폐를 합법적인 시장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원천으로 받아들이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BNY멜론을 시작으로 미 대형은행들이 그간 망설였던 암호화폐 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BNY멜론이 지난 8~9월 기관투자자 27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41%가 현재 포트폴리오에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15%는 앞으로 2~5년 내 암호화폐를 보유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한편 암호화폐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며 거대 투자처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최근엔 고(高)물가, 통화 긴축 등 각종 악재에 한 때 3조 달러 이상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1조 달러 밑으로 추락하고, 거래소 등 관련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시장 규제 및 투자자 보호 강화 목소리가 커진 상태다.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은 지난 8월 암호화폐 시장에 사기와 조작이 가득해 이를 통제하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암호화폐는 분명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면서도 단속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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