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속이는 아이들…'아동 보호' 구멍 못 막는 소셜 미디어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2.10.12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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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미성년자들의 셋 중 하나가 자신의 나이를 속이고 소셜 서비스 등 웹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외국에서 나왔다.

소셜 미디어 등 웹 서비스에 노출된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을 경우 정책 효과가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판 방송통신위원회인 오프컴(Ofcom)은 영국내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Bill) 제정에 앞서 영국내 3개 기관에 의뢰해 진행된 조사 보고서를 통해 "8~17세 사이의 아동 중 3분의 1이 가짜 생년월일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성인인 것처럼 나이를 속여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2017년 당시 14세였던 소녀 몰리 러셀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일이 발생하면서 온라인 안전법 이슈가 불거졌다. 몰리의 부모는 몰리가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에서 '자해' 등과 관련한 유해 콘텐츠를 검색한 것이 비극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오프컴은 욘더 컨설팅, 리빌링 리얼리티, 디지털 규제협력포럼 등 3개 기관에 의뢰해 미성년자들의 소셜 미디어 가입 및 활동 현황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이번 보고서는 온라인 안전법 강화에 앞서 발표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성년자들의 절반 가량은 스스로 소셜 미디어에 등록했다. 최대 3분의 2에 이르는 이들은 부모 등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77%의 미성년자들은 본인의 프로필을 이용해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활용했다. 그러나 8~12세, 즉 상대적으로 더 어린 연령층의 미성년자 중에서 본인의 프로필을 솔직하게 적어서 소셜 미디어에 가입하는 이들의 비중은 60%에 그쳤다. 나머지 40% 정도는 부모의 정보를 이용해 가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온라인 세상에서 아동·청소년 등 미성년자들의 접근을 어떻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한할 수 있을지는 항상 논란거리였다.


테크크런치는 "인스타그램 등 기업들이 자사 플랫폼에서 아동 개인정보를 잘못 처리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물고 세간의 이목을 받고 있다"며 "이번 오프컴의 보고서가 정확하다면 이들 기업에 대한 비난도 가벼워질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조사결과는 18세 이상 성인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그 위험성의 정도에 따라 접근제한 방법을 다르게 적용할 필요성을 부각시켰다"고 했다.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나 게임 등의 콘텐츠는 도박이나 포르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부문으로 꼽힌다. 도박이나 포르노는 항상 미성년자 접근이 제한돼야 하는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소셜 미디어 및 게임은 부모들이 보기에도 '덜 위험한' 영역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순한 인증수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미성년자들이 인증수단을 회피하기도 그만큼 더 쉽다는 얘기다.

오프콤은 "부모들은 소셜 미디어나 게임을 '덜 위험한' 것으로 본다"며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아이들 스스로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또래 압력을 거치고 자라면서 스스로 위험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기를 원한다"고 했다. 소셜 미디어나 게임 등에 대한 미성년자의 접근을 전면적으로 제한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는 얘기다.

한편 몰리 러셀 사건 이후 영국에서는 수정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온라인 안전법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오프컴은 내년 초쯤이면 온라인 안전법이 비준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프콤은 "비디오 공유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곧 시행된다"며 "아동을 포함한 이용자들을 유해 콘텐츠로부터 어떻게 보호할지를 본 후 추후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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